보조금 고갈 우려 확산
중고차 시장도 활기 띠어
전기차 가격 경쟁 불붙어

“보조금 남은 지자체 찾기 힘들어요.”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 이면엔 이런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숨어 있다.
상반기 전기차 판매는 신차와 중고차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이와 함께 정부의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며 하반기 판매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가성비 전기차의 등장과 충전 인프라 개선, 소비자의 신뢰 회복이 판매 상승세를 이끌고 있지만, 혜택이 사라지는 순간 수요는 다시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조금 고갈, 하반기 전기차 시장 ‘먹구름’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9만 3,569대로 전년 동기 대비 42.7% 증가했다. 중고 전기차도 같은 기간 2만 2,496대가 팔리며 무려 47%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고갈되면서 하반기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지역은 이미 보조금이 바닥났고, 상당수 지자체는 남은 예산이 30%도 채 되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을 이어가기 위해선 하반기 추가 예산 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성비’ 전기차가 시장 이끌어

전기차 판매 확대의 중심에는 ‘합리적인 가격’이 있다.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테슬라 모델Y와 기아 EV3다. 각각 1만대 이상 팔리며 전기차 대중화에 힘을 보탰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는 할인과 보조금 혜택으로 3위에 올랐고, 포터 EV와 캐스퍼 EV가 그 뒤를 이었다. 중고차 시장에선 포터 EV가 1위를 차지했고, 테슬라 모델3와 기아 EV6도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
전기차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충전 경험을 ‘좋다’고 평가했고, 86%는 “다음 차도 전기차로 사고 싶다”고 응답했다.
특히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편은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설문 응답자의 81.2%가 국내 충전 인프라를 ‘양호’ 이상으로 평가했다.
고성능 전기차도 속속 등장…전기차는 진화 중

시장 초기에는 비싼 가격과 충전 불편으로 전기차 수요가 주춤했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가격이 내려가면서 가성비 모델이 늘고, 고성능 전기차도 잇달아 출시되며 선택지는 더 넓어지고 있다.
기아는 EV3의 세단형 모델 EV4를 보조금 포함 3,500만원대로 선보였고, KG모빌리티는 무쏘 EV를 비슷한 가격대에 내놓았다. 중국 BYD는 아토3에 이어 중형 세단 ‘씰’을 4690만원으로 출시하며 가격 경쟁에 불을 붙였다.

고성능 모델 출시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영국에서 열린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아이오닉6 N’을 세계 최초 공개했다. 이 차량은 제로백 3.2초에 최고 출력 650마력을 자랑하며 고성능 EV 시장을 겨냥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해외 고급 브랜드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마세라티의 그레칼레 폴고레, 포르쉐 마칸, 볼보 폴스타, 로터스 엘레트라 등이 잇따라 등장하며 전기차의 성능과 디자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가격 낮춰야 진짜 대중화”…전기차의 다음 과제

한편 전기차 이용자들은 이제 충전 인프라나 주행 성능보다 ‘가격’을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보고 있다.
전문기관 조사 결과, 전기차 시장 확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차량 가격 인하’를 꼽은 응답자가 64%에 달했다. 또 보조금도 충전소보다는 ‘구매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지금의 판매 상승세가 ‘보조금 효과’에서 비롯된 만큼, 정부의 지원책이 줄어들 경우 수요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는 분명 성장 중이다. 그러나 그 속도와 방향은 보조금, 가격 경쟁력, 소비자 신뢰라는 세 축이 얼마나 균형 있게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