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푹’ 빠지더니 “우르르 줄섰다”…외국인들 몰린 뜻밖의 관광지

K-드라마 성지로 변신한 한강
라면 한 그릇이 만든 기적
외국인 필수 관광코스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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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성지 된 한강 / 출처 : 뉴스1

서울 시민에게는 일상인 이곳이 외국인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주는 관광지가 됐다.

“한국 드라마에서 본 그 장면을 직접 해보고 싶어서 왔어요.”

한강공원 편의점 앞에 줄을 선 외국인 관광객의 말이다. 손에 든 건 컵라면 하나. 그들이 찾는 건 바로 드라마 속에서 봤던 그 장면, 한강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경험이다.

K-드라마가 전 세계를 사로잡으면서 한강 라면이 새로운 한류 상품으로 떠올랐다. 서울시민들의 쉼터였던 한강이 이제 K-푸드 체험의 성지로 바뀌고 있다.

라면 업계, 한강에서 ‘컬처 마케팅’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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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성지 된 한강 / 출처 : 뉴스1

이런 열풍을 놓칠 리 없던 라면 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농심이 선두주자로 나섰다. 지난 20일 한강버스 여의도·잠실 선착장에 ‘K라면 체험매장’을 오픈한다고 발표했다. 이름하여 ‘너구리의 라면가게’다.

9월 정식 운항을 앞둔 한강버스는 마곡부터 잠실까지 7개 선착장을 오가는 수상 대중교통이다. 현재는 시범운영 중인 이곳 2층에 조성된 체험 공간은 동화책 ‘너구리 라면가게’를 테마로 꾸며졌다.

방문객들은 1층 CU 편의점에서 라면을 구입한 뒤, 2층 체험매장에서 즉석조리기로 직접 끓여 먹는다. 대형 컵라면 모양 테이블과 너구리 캐릭터 포토존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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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성지 된 한강 / 출처 : 뉴스1

경쟁사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한강버스 선착장 7곳에 업계 최초 ‘라면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여의도와 잠실을 시작으로 6월 중 나머지 5개 점포도 문을 연다.

뚝섬과 압구정 선착장에는 오뚜기가, 망원 선착장에는 삼양식품이 각자의 컵라면 모양 시식대와 포토존을 설치했다. 기존 라면 특화점 중 외국인 방문율이 높은 홍대상상점, 명동역점에서 컵라면 시식대 앞 인증샷이 유행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글로벌 대세 ‘불닭’ 시리즈를 앞세운 삼양식품은 한발 더 나아갔다. 한강 야외 수영장까지 진출한 것이다. 8월 31일까지 뚝섬, 여의도, 잠원 등 6곳 한강공원에서 브랜드 팝업존을 운영 중이다.

드라마 한 장면이 만든 ‘한강 라면’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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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성지 된 한강 / 출처 : 연합뉴스

이 현상의 출발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K-드라마가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한국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이 한강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들. 외국인들에게는 무척 신선한 충격이었다.

야외에서 즉석조리기로 라면을 끓이는 문화 자체가 낯설었던 것이다. “드라마에서 본 그 장면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강공원 편의점에서는 매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주말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온다”며 “즉석조리기 앞에 30분씩 줄 서는 것도 이제 일상”이라고 말했다.

‘한강 라면 먹기’는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의 버킷리스트 1순위가 됐다. 더 이상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K-컬처를 몸으로 체험하는 의식과도 같다.

조리기까지 세계로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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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성지 된 한강 / 출처 : 연합뉴스

한강 라면 체험의 글로벌 확산은 관련 산업의 해외 진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즉석 라면 조리기 제조사 ‘하우스쿡’은 올해 미국, 중국, 불가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 5개국에 1500만 달러(약 200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1차로 미국에 320대를 선적하는 등 실제 출고를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3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교민 사회를 넘어 현지 대형마트와 휴게소 등에서 K라면과 함께 공급되고 있다.

하우스쿡은 국내 즉석 라면 조리기 시장의 95%를 차지하는 독보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강라면의 글로벌 인기와 결합해 매출과 수출 규모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K-드라마 한 장면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한강라면을 글로벌 문화 트렌드로 만들어냈다. 라면 한 그릇이 만들어낸 이 기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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