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은행에 저금을 누가해요”…’전례 없는 결정’에 엄청난 판도 변화?

美 법안 통과로 가상화폐 급등세
시총 4조 달러 첫 돌파
월가 진출 기대감 고조
비트코인
미국 가상화폐 관련 법안 통과 / 출처 : 연합뉴스

“명확성을 기대하고 있던 기관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투자은행 벤치마크 컴퍼니의 애널리스트 마크 팔머의 이 한마디가 현재 가상화폐 시장의 광풍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에서 가상화폐 관련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치솟으며 한때 투기성 자산으로 여겨졌던 디지털 화폐가 제도권 금융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

법안 통과가 가져온 시장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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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상화폐 관련 법안 통과 / 출처 : 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지난 17일 가상화폐 3대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 가상화폐 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1개 가격이 12만3천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도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2022년 11월 FTX 붕괴로 시총이 8천억 달러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회복세다.

핵심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담은 ‘지니어스 법안’이다. 상하원 통과와 트럼프 대통령 서명까지 완료된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정의, 발행 절차, 공시 의무를 명확히 규정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자산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러티 법안’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도 하원을 통과해 상원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월가 진출 기대감이 불러온 투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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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상화폐 관련 법안 통과 / 출처 : 연합뉴스

법적 불확실성 해소로 그간 관망했던 대형 금융기관들도 본격 진입 신호를 보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은행 최고경영자들은 지니어스 법안 법제화 이후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연기금, 보험사, 투자은행 등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입 환경이 조성되면서 디지털 자산이 주류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9조 달러 규모의 미국 퇴직연금이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다. 미국을 세계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그의 선언이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 셈이다.

국내에도 미치는 글로벌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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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상화폐 관련 법안 통과 / 출처 : 연합뉴스

미국 법제화는 한국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니어스 법안이 설정한 엄격한 규제 기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작용하면서, 한국도 국제 금융질서 참여를 위해 유사한 수준의 발행사 자격 제한, 담보요건, 회계감사 의무 등을 도입해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됐다.

국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신속한 입법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중심 글로벌 결제 생태계 확대로 인한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 위험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전망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만만치 않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키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기본적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며 지니어스 법을 비판했다.

개별 회사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경제 권력을 소수 기업에 집중시킬 위험과 가상화폐가 전통 금융시장과 결합될수록 시장 붕괴 시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제도권 편입이 가져올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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