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 감성·기능 강화
트랙스 빼면 판매 사실상 멈춤
하이브리드 전략 없어 노사 갈등 격화

2026년형 트랙스는 젊은 감성부터 안전·실용 기능까지 대폭 손질하며 ‘한 방’을 노렸다.
새벽 감성을 자극하는 블랙 라인의 RS 미드나잇 에디션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시동을 거는 OTA 기능까지, 쉐보레가 트랙스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다.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싹 다 바뀐 트랙스

외관에는 ‘모카치노 베이지’와 ‘칠리페퍼 레드’라는 신규 색상을 더해 젊은층을 공략했고, RS 미드나잇 에디션에는 블랙 디테일을 입혀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겨냥했다.
여기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으로 실시간 점검과 원격 시동도 가능해졌다.
또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 긴급 제동 등 최신 ADAS 기능은 물론, 차량 하부 프레임과 도어패널까지 보강해 주행 안정성과 정숙성도 끌어올렸다.
쉐보레는 이에 대해 “단순히 외형만 손본 게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구조까지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트랙스만 잘 팔린다”…쉐보레, 나머지는 사실상 판매 ‘멈춤’

2025년 상반기, 쉐보레는 ‘트랙스의 독무대’였다. 국내 전체 판매량 중 무려 80% 이상을 트랙스 한 차종이 차지했다.
트레일블레이저, 타호, 이쿼녹스 등 다른 모델은 모두 천 대조차 넘지 못하는 초라한 실적을 냈다. 현재 쉐보레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차종은 단 세 개뿐, 대부분이 이름만 걸어둔 상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하이브리드 수요에 쉐보레는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이쿼녹스EV는 여전히 출시 일정이 불투명하고, 하이브리드 전략은 아예 공란이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 SUV ‘그랑 콜레오스’로 상반기에만 2만 대 이상을 팔았고, KG모빌리티 역시 친환경 라인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쉐보레의 전략 부재는 실적보다 더 깊은 문제로 보인다.
“차만 문제 아니다”…총파업 위기, 쉐보레 안팎에서 ‘경고음’

차량 판매 부진보다 더 불길한 신호는 따로 있다. 바로 쉐보레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노사 갈등이다.
지난 5월, 쉐보레는 직영 서비스센터 9곳을 외부에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구조조정의 서막”이라 규정했고, 이미 합법적 파업권도 확보한 상태다.
노조는 단순한 고용 안정뿐 아니라,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등 미래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못박아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시장 흐름을 무시한 대응”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수출 비중이 큰 쉐보레의 특성상 내수 시장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기조도 내부 위기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트랙스 하나로는 쉐보레의 위기를 덮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트랙스로 시작된 반등, 이어질 수 있을까

쉐보레는 이번 2026년형 트랙스 출시를 통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디자인·기능·가격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OTA 기능, ADAS 강화, 안전 설계는 실사용자 중심 접근으로 실효성이 크다.
그러나 하나의 모델로는 쉐보레 전체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제품군 부족, 친환경차 전략 부재, 노사 갈등이라는 복합적인 위기는 단순한 신차 출시에만 기대기에는 무겁다.
총파업 위기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쉐보레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대로 트랙스 하나에 기대며 시간을 끌 것인지, 아니면 미래 시장을 대비해 과감한 투자와 전환을 단행할 것인지 답은 하반기 시장과 소비자 반응이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