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생산력 10배 확대
미 해군 지원함 수주 추진
연간 1척에서 10척 이상으로

“우리는 올해 지난 10년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예정입니다.”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십야드 최고경영자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 미국 조선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작년 말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터져 나온 이 야심찬 성장 계획은, 한국 기업이 미국 방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움켜쥐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정부의 조선업 재건 정책이 기회로
지난 1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 최고경영자는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인 선박 생산량을 10척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는 생산능력을 무려 10배나 확대하는 것으로, 빠르면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선업 재건 의지가 한화에게 절호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미국 정부가 상선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군함 및 지원선 등 다양한 선박의 자국 내 건조를 늘리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무 필리조선소 조선소장은 “미국은 LNG 최대 생산국으로 이를 운반하는 LNG선의 일정 비율을 자국 내에서 건조하도록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전 세계에서 LNG선을 가장 잘 만드는 한화의 가치는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필리조선소는 원가가 한국의 3~4배에 달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선가도 그만큼 높은 상황이다. 이 소장은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여지가 상당히 많아 향후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해군 방산 프로젝트 진출 본격화
한화의 진짜 목표는 미 해군 방산 사업 진출이다. 현재는 군함 생산 라이선스를 보유하지 않지만, 해군 함정 지원선부터 차근차근 공략해 나간다는 현실적인 전략을 세웠다.

김 최고경영자는 “200억 달러(약 28조원) 이상이 해군 함정 국방비 지출로 승인됐다”며 “여기에는 전투함뿐만 아니라 지원함도 포함되는데, 지원함은 우리가 건조할 수 있는 함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화는 미 해군에 이미 2~3개의 사전정보요청서를 제출하며 입찰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필리조선소가 미국 해군 군함 생산 라이선스를 확보할 경우, 사업영역이 상선 중심에서 방위산업 중심으로 크게 확장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미 해군력 강화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고 있어, 초대형 군함 프로젝트 입찰 및 수주 참여가 공식적으로 가능해진다.
한화오션의 고효율 생산 시스템, 자동화, 기계화 등이 미국 현지 공정에 이식될 수 있어 미국 조선업 내 국제 경쟁력 강화와 한미 연합 방산협력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국 기술력과 미국 시장의 만남
한미 방산 협력이 확대되면서 미국 전투함 건조에 앞서 단기적으로 함정 선체나 블록 건조부터 시작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거제사업장에서 제작된 선체 블록을 한화필리십야드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한화오션 입장에서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면서, 국내외 생산 시설 간 기술 협력과 효율적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평가받고 있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한화필리십야드에 전수함으로써 공고한 한미 조선 동맹에 기여하고, 북미 조선 방산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필리십야드는 현재 지역사회 인력 프로그램, 보조금, 세금 감면, 빠른 인허가 절차 등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50%의 철강 관세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종무 소장은 “관세는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어 종합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철강 수급처를 향후 한국과 미국으로 축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