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0% 관세 폭탄 예고
한국 기업들 USMCA 예외 주목
공급망 재편 압박 현실화

“USMCA 예외가 없어지면 정말 큰 타격이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제품에 3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현지에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외 조항 존속 여부가 생사 결정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멕시코에 공식 서한을 보내 30%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일부 품목에 25% 관세를 매기고 있던 상황에서 추가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운명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 예외 조항에 달려있다.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면 관세를 면제받는 이 조항이 유지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폐지될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현재 기아는 몬테레이 공장에서 연간 40만대를 생산하며, 작년에만 미국에 12만대를 수출했다. 삼성전자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서 TV와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고, LG전자도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등 3개 도시에서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멕시코발 대미 수출품의 80% 이상이 USMCA 혜택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멕시코 투자의 핵심 목적이 바로 USMCA 활용이었다”며 “우리 기업 대부분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어 예외가 유지되면 즉각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압박에 한국 경제 전반 흔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USMCA 품목에는 관세 예외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담당 고문도 “USMCA는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지난 3월에도 미국 기업들의 강력한 반발로 겨우 예외를 유지했던 전례가 있다.
더 큰 문제는 USMCA 재협상이다. 원래 2026년 예정이었던 검토가 트럼프의 지시로 올해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원산지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바꿀 경우, 한국 기업들은 근본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LG가 미국 내 유휴 부지에 추가 생산라인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하지만 미국 현지 생산 비용이 워낙 높고 정책 변동성도 커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미노 효과로 공급망 전체 타격 우려
만약 예외 조항이 사라진다면 파장은 멕시코 진출 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북미 전체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자동차와 가전 부품을 납품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망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북미 시장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도 간접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의 대미 직접 수출도 안전하지 않다. 미국이 동맹국에도 보편적 관세를 적용할 경우,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이 추가 관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이나 환율 정책 개입 요구 등 또 다른 양보를 강요받을 위험도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많은 기업들이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며 “수출 가격을 낮춰 대응하려 해도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멕시코 현지 한국 기업들은 USMCA 예외 조항이라는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불안한 줄타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