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론조작으로 관광객 급감
주민들 “양양 사는 게 부끄럽다”
허위정보 유포자 법적 대응 나서

한때 ‘한국의 이비자’로 불리며 젊은층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던 강원 양양군이 온라인상 악의적 여론조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14일 양양군에 따르면, 최근 특정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양양지역을 겨냥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퍼지고 있다. 이로 인해 관광객 방문이 급감하고 지역 상권이 붕괴 위기에 몰렸다고 밝혔다.
조직적 여론조작 의혹, “10분 만에 동시다발 확산”
문제의 시작은 지난 4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도 양양 가면 안 된다는 사람들 주목, 정확한 이유 알려드림’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하루 만에 조회수 110만회를 기록했다.
글쓴이는 해당 내용을 양양 관광업체 SNS에서 가져온 것이라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일부 내용만 편집해 악의적으로 재가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의심스러운 점은 확산 과정이었다. 해당 게시물이 업로드된 지 10분도 안 돼 거의 동일한 내용이 여러 커뮤니티와 플랫폼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각 글은 비정상적인 속도로 조회수와 반응이 증가했고, 일정 시간 후 작성자들은 글을 삭제하고 계정을 폐쇄하거나 잠적했다.
초기 게시물에 달린 조작된 댓글들은 일반 사용자들에게까지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다. 사실 확인 없이 유튜브와 SNS 등에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간 결과, ‘양양 가면 믿거(믿고 거른다)’라는 비하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주민들은 이를 조직적인 여론조작으로 보고 있다. 500여 명이 모인 ‘양양군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피해자 단체’가 결성되어 관련 정황을 수집하고 있다.
“실제로 와보니 전혀 달라” 현장은 평온했다
하지만 실제 양양 현장은 온라인 소문과 전혀 달랐다. 지난 주말 양양지역 해수욕장에서는 가족 단위 피서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피비치를 찾은 송하나(58)씨는 “온라인에서 양양이 퇴폐하거나 문란하다는 소문 때문에 조금 걱정했는데 막상 와보니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낮에는 가족들도 부담 없이 놀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낙산해수욕장을 방문한 김여수(27)씨도 “오히려 너무 차분한 분위기라 놀랐다”며 “동해안의 다른 해수욕장들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지 타격으로 인한 피해는 냉정한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양양지역 해수욕장 방문객은 80만4천854명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에 그쳤다. 강원 동해안 6개 시군 중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생존권 위협에 강경 대응 나선 양양군
양양은 2020년대 초반부터 서핑 등 해양레저문화 확산과 젊은층 유입으로 급부상한 관광지다. 2022년 한 해에만 1,638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지만, 자유분방한 해변문화가 과장되어 퍼지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관광업이 지역경제의 핵심인 양양에서 외부 방문객 감소는 곧 생존 문제다.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피해는 통계보다 훨씬 심각하다.
양양에서 2015년부터 관광업을 하고 있는 박모씨는 “지역 주민들이 양양에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놀림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업들도 점차 이 지역에서 행사나 협업을 꺼리고 있으며, 단순히 관광 매출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양군은 이 사안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변호사 자문을 거쳐 허위사실 유포자들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관광산업에 기반을 둔 지역 특성상 온라인 루머는 군민들의 생존권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허위정보를 유포한 이들에게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