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미국→캐나다 루트 막혔다”…복잡해진 공급망에 현대차 ‘골머리’

앨라배마 공장 수출 급감
관세 보복으로 루트 막혀
공급망 재편 불가피해져
Hyundai Export Supply Chain
현대차 수출 물량 대폭 감소 (출처-연합뉴스)

현대차가 심혈을 기울여 세운 북미 수출 전략이 벽에 부딪혔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며, 그 여파가 전방위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북미 수출의 핵심 루트였던 ‘멕시코-미국-캐나다’ 노선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현대차는 생산지와 판매처 간 연결 고리를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대차가 지난 5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은 총 14대로 집계됐다. 전월 2386대와 비교하면 99.4% 급감한 수준이다.

월간 기준으로 앨라배마 공장 수출량이 100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관세 회피를 위한 공급망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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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대기 중인 현대차 (출처-연합뉴스)

현대차의 미국 공장 수출 급감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25% 관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미국에 63만7000여 대를 수출했던 현대차로서는 관세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미국 생산량을 현지에서 판매하거나 재고로 비축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해외에 수출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비효율적이라며 관세에 대응해 공급망을 최적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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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멕시코공장 전경 (출처-연합뉴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도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생산 재편 계획을 공개했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던 미국향 투싼을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관하고,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던 캐나다 판매 물량은 멕시코에서 생산해 캐나다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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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멕시코 공장 내부 모습 (출처-연합뉴스)

실제로 기아 멕시코 공장의 투싼 출고량은 올해 2월 2109대에서 3월 522대로 급감했고, 그 이후에는 출고량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미국-캐나다 관세 전쟁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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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미국 국기 (출처-뉴스1)

현대차의 미국 수출 급감에는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 전쟁도 한몫했다. 캐나다 시장이 앨라배마 공장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최근 양국 간 통상 장벽이 높아지면서 미국에서 제조된 현대차 차량의 가격 경쟁력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캐나다는 지난 4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곧바로 미국산 자동차에 25% 맞불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에서 자동차를 계속 생산하면 관세 없이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할 수 있다며 예외 규정을 두기도 했지만, 현대차는 경쟁업체와 달리 캐나다에 생산 거점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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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출처-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앨라배마 공장이 캐나다를 주력으로 물량을 수출하고 있었는데, 캐나다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매기면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북미 시장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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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출처-연합뉴스)

한편 현대차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관세 발효를 앞두고 비축해둔 비관세 재고도 이달 중으로 소진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미국 내 판매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앨라배마 공장에서 총 2만2600대를 수출하며 5년 새 최대 수출 기록을 세웠던 것과는 극명한 대조로 현대차로서는 북미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공급망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멕시코 공장 활용도를 높이고 미국 생산량은 현지 판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지만, 복잡해진 관세 체계 속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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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대기 중인 현대차 (출처-연합뉴스)

특히 캐나다에 생산 거점이 없는 현대차의 약점이 이번 사태로 더욱 부각됐다. 경쟁사들이 캐나다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안 현대차는 우회 루트를 찾아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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