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투자로 ‘보안 체질’ 바꾸겠다는 KT
AI 보이스피싱·스팸 차단 기술 강화
“해킹은 남 일 아냐”…신뢰 회복 사활

KT가 보안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1조짜리 안심 선언’이다.
얼마 전 경쟁사 SK텔레콤이 대규모 해킹 사태를 겪고 7천억 원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KT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는 3천억 더”를 외치며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보안은 생존의 조건”…KT, 1조 원 승부수 던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제 대응을 보안 강화의 범주를 넘는 중요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이제 보안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KT가 밝힌 투자 내역을 보면 전략의 방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먼저 해외 보안기업과의 협업에 200억 원, 최신 보안 체계와 모니터링 강화에 3,400억 원, 전문 인력 충원에 500억 원이 배정됐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6,600억 원을 정보보호 수준의 고도화와 공시 개선에 쏟아붓겠다는 점이다. 보안에 대한 기술적 대응뿐 아니라 투명성까지 내세우며 신뢰 회복에 공을 들이겠다는 뜻이다.
KT는 이번에 자사 고유의 보안 체계인 ‘K-시큐리티 프레임워크’를 공개했다.
‘K-오펜스’와 ‘K-디펜스’라는 이름 아래, 공격자 시점에서 모의해킹을 반복하고 동시에 방어 체계를 훈련하는 이중 구조다.
일종의 자가면역 시스템처럼, 스스로 상처를 내고 치료하면서 더 강한 방어선을 만드는 방식이다.
AI가 보이스피싱 잡는다…KT, 딥보이스 탐지로 진화

기술적 혁신도 예고됐다. AI를 기반으로 한 사이버 보안센터를 국내 최초로 통신망과 IT 인프라 통합 형태로 구축한다. 또한 ‘딥보이스’를 탐지하는 차세대 보이스피싱 방지 서비스도 하반기 중 선보인다.
기존보다 더욱 정밀해진 AI가 통화 중 보이스피싱 징후를 문맥 속에서 감지해 경고하는 시스템으로, 탐지 정확도도 현재보다 3.4%P 높은 95%를 목표로 한다.
스팸 차단 시스템도 강화됐다. KT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클린메시징 시스템은 악성 문자와 URL을 식별해 발송 단계부터 걸러낸다. 이 시스템 도입 후 하루 평균 스팸 차단량은 문자 기준 188%나 늘었다.
디도스 공격 대응도 강화된다. 클린존 방어 용량은 연내 2배 확대되며, 공격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도 8월 중 제공된다.
1조 투자의 진짜 이유…무너진 신뢰 되찾기 위한 절박한 선택”

이번 조치의 배경엔 고객 신뢰 회복이라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KT 관계자는 “지금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는 더 이상 고객의 신뢰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해킹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자각, 그것이 1조원의 투자를 끌어낸 동력이다.
정보보안은 이제 기업 이미지나 기술 경쟁력의 일부가 아니다. 고객이 안심하고 통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
다만, 돈을 쏟아붓는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보안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긴장감이 일시적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의 실행 과정을 더욱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