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닛산’ 상징 오파마 공장 폐쇄
르노 인수 후 전략 실패, 전기차도 추락
현대차는 도약…닛산은 구조조정의 나락

“한 시대를 이끌던 기업도 이렇게 주저앉는구나, 진짜 안일하면 끝이네.”
한때 ‘기술의 닛산’으로 불리며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을 이끌던 일본 닛산자동차가 자사의 대표 생산기지였던 오파마 공장의 문을 닫는다.
지난 60여 년간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킨 이 공장의 폐쇄 결정은, 한 시대를 풍미한 자동차 제국의 몰락을 상징하는 장면처럼 다가온다.
‘기술의 닛산’ 상징이던 오파마 공장,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1961년 가동을 시작한 오파마 공장은 닛산 역사 그 자체였다.

스카이라인 GT-R, 실비아, 페어레이디 Z 같은 전설적인 스포츠카뿐 아니라 최근까지 생산된 노트와 리프에 이르기까지, 닛산의 기술과 철학이 집약된 장소였다.
수십 년간 글로벌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한 자동차들이 이곳에서 태어났고, 닛산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기반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는 2027년 회계연도 말, 이 긴 역사는 조용히 마침표를 찍는다. 닛산은 “규슈 공장으로 생산을 통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 결정의 배경에는 단순한 공장 이전 이상의 이야기가 있다. 닛산은 1990년대 일본 버블경제 붕괴 이후 급격한 경영 악화를 겪었다.

결국 르노의 품에 안기며 가까스로 회생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리더십 부재와 전략 실패가 이어졌다.
전기차 리프로 시장을 선도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후속 투자에 소극적이었고 경쟁사들이 하이브리드, 전기차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는 동안 닛산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한때 ‘미래차의 선두주자’라는 타이틀을 손에 쥐었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데는 실패했다.
닛산 따라가던 현대차, 이제는 글로벌 무대서 앞서간다
반면 같은 시기 현대차는 빠르게 추격에 나섰다. 한때 일본 자동차 업체들과 기술 제휴를 맺고 부품을 들여오던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10년·10만 마일 보증’과 품질 개선 전략으로 신뢰를 쌓았다.

디자인 혁신과 미래차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2023년 기준 세계 판매량 3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도약했다.
과거 교과서이자 롤모델이던 닛산은 이제 현대차의 뒤를 쫓는 입장이 됐다. 두 기업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닛산은 현재 전 세계 공장 수를 17곳에서 10곳으로 줄이고, 생산 능력도 350만 대에서 250만 대로 축소하겠다는 ‘Re:Nissan’ 구조조정 계획을 가동 중이다.
이번 오파마 공장 폐쇄 역시 그 일환이다. 회사 측은 “부지 내 연구소와 충돌 테스트 시설 등은 유지하며 지역사회와의 연결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시대를 대표하던 생산 기지가 사라진다는 사실은, 그 어떤 말로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긴 시간 동안 기술력과 전통의 상징이던 오파마 공장의 폐쇄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시대의 변화가 낳은 불가피한 선택처럼 읽힌다.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리기 위해선,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는 과감한 변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