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도루묵·겨울 방어…계절 잃은 동해
수온 1.9도 상승, 생태계 질서 무너진다
사라진 명태 대신 참다랑어가 떠오른다

한겨울 생선이 한여름 시장에 나온다. 동해에서 한겨울 별미로 알려졌던 도루묵이 한여름에도 잡히기 시작했다.
계절에 따라 들쑥날쑥하던 어획 시기는 무의미해졌고, 어종은 줄어드는 반면 수산물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졌다.
바다의 체온이 바뀌면서 우리 식탁도 조용히, 그러나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도루묵은 여름에, 명태는 러시아에… 뒤바뀐 바다 지도
동해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바다다. 포항 앞바다 수준이던 겨울 수온이 이제는 속초 앞바다까지 북상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동해의 표층 수온은 1.9도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른 변화 속도다. 해양 생태계에선 불과 몇 도의 차이가 종을 지우고 생태 질서를 뒤엎는 충분한 요인이 된다.
바다를 데우는 주범은 지구온난화다. 문제는 동해의 지형이다. 평균 수심 1,700미터에 달하는 동해는 거대한 사발처럼 생겼다. 한 번 유입된 따뜻한 물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이게 된다.
여기에 남쪽에서 올라오는 대마난류는 강해지고, 북쪽에서 내려오는 북한한류는 힘을 잃었다. 이른바 ‘온난화의 압력밥솥’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 변화는 수산업계에 그대로 반영된다. 과거에는 겨울이면 도루묵, 가을엔 꽁치가 제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같은 계절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도루묵은 여름에도 등장하고, 멸치는 연중 아무 때나 잡힌다. 반면, 명태와 살오징어는 차가운 물을 찾아 북쪽 해역으로 떠났다. 우리가 먹는 명태와 오징어 대부분이 수입산이 된 이유다.
사라진 제철 생선, 뒤바뀐 밥상 풍경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뜨거운 바다를 좋아하는 새로운 얼굴들이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나 보이던 방어가 강원도 최북단까지 올라왔고, 전갱이는 강원 양양에서 가장 흔한 어종이 됐다.
강릉 앞바다에서는 200킬로그램이 넘는 참다랑어도 잡힌다. 울릉도 연안 어류의 절반 이상이 이미 아열대성 종으로 바뀌었다는 조사 결과는, 동해가 더 이상 온대성 바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문제는 단지 바다 생물만 바뀌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계절별 음식이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향토 음식은 원산지를 잃는다.

명태가 없는 고성의 황태구이, 도루묵이 사라진 도루묵찌개는 더 이상 지역 고유의 음식이 아니다. 대신 방어나 참다랑어가 새로운 지역 특산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식문화의 기억과 정체성이 서서히 교체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 동해는 하나의 경고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앞으로 바다가 품을 수 있는 어종의 폭이 점점 줄어든다면, 우리의 밥상은 훨씬 단조롭고, 더 비싼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해양 생태계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찰과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방어나 참다랑어를 저렴히 즐길수있겠네요 환경변화에 긍정적으로 대처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