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정전’ 난리인데”… 한국은 에어컨 ‘펑펑’ 써도 괜찮나? 정부 대책 봤더니

스페인·포르투갈 대정전 사태 후
국내 전력 수급 안정성 점검
전력 수요 급증 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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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전력 수급 대책 / 출처 : 연합뉴스

“유럽은 정전으로 난리가 났는데, 우리는 에어컨 펑펑 써도 괜찮을까?”

지난 4월 스페인과 포르투갈, 프랑스 남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는 유럽 전역에 충격을 안겼다. 6천만 명의 피해자와 7조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낳은 이 사건은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국도 기록적인 폭염을 맞은 상황에서 전력 수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대 최대 전력 수요 속에서도 안정적 수급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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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전력 수급 대책 / 출처 :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8일 지속되는 이례적 폭염 속에서도 전력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발표했다. 전날인 7일 최대 전력수요가 93.4GW를 기록하며 2022년 7월 7일의 92.99GW를 뛰어넘었지만, 예비력 10GW 이상을 확보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수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현 산업부 차관은 수도권 핵심 전력 공급 시설인 신양재변전소를 직접 방문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정부는 전례 없는 더위 속에서도 충분한 예비력을 바탕으로 안정적 공급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전력 역시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대비해 7월부터 9월까지 2만5천여명의 인력을 투입한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했다고 8일 밝혔다.

과거 대정전 트라우마

만약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1년 9월 15일 대규모 정전 당시를 돌이켜보면 그 참담함을 알 수 있다. 단 5시간 만에 경제적 피해가 600억원을 넘었고, 산업단지에서는 20분 정전으로도 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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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전력 수급 대책 / 출처 : 연합뉴스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상점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생산과 유통 전반에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이어졌다. 신호등과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교통 혼란과 안전사고가 속출했다.

특히 병원 의료장비가 멈추거나 비상전원이 없는 중소병원에서 환자들이 위험에 처했다. 산소호흡기 등 필수 의료기기 중단으로 환자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던 것이다.

2038년까지 전력 수요 급증 전망

앞으로 한반도의 전력 수요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 한반도는 연이은 폭염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신산업 성장과 전기차 확산으로 2038년에는 전력 수요가 145.6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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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전력 수급 대책 / 출처 : 연합뉴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해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중심의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9-33%, 원자력 발전을 30-3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전력은 2038년까지 73조원을 투입해 송전선과 변전소를 대폭 확충하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 그리드와 대용량 저장장치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새로운 도전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는 앞으로 여름이 더 길어지고 극한 폭염이 잦아질 전망이다. 집중호우나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송전망 피해도 전력 수급의 잠재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장기 계획과 대규모 투자로 단기적으로는 심각한 전력 대란 가능성은 낮지만, 폭염이 장기화되거나 발전설비 고장, 재생에너지 변동성 확대 등 복합 위기에는 여전히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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