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의 합의 결정
하지만 민주노총은 불참
역대 정부 중 두 번째로 낮아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로 결정되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첫해 인상률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는 연일 치솟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은 오히려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2026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20원으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1만30원보다 290원 인상된 금액이다.
17년 만의 합의, 하지만 반쪽 성과

이번 결정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공 합의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위원 4명이 회의 도중 퇴장하면서 완전한 합의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 1만210원에서 1만440원 사이의 범위가 너무 낮다며 민주노총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은 “공익위원들이 사용자 편만 들어준다”며 회의장을 떠났다.
반면 한국노총은 끝까지 협상 테이블에 남아 10차 수정안까지 제시하며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경영계 역시 당초 동결 입장에서 물러나 합의에 동참했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회의 후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을 보여준 성과”라고 평가했다.
역대 정부 중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

2.9%라는 인상률은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과 비교해보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김대중 정부 첫해인 1998년 2.7%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다른 역대 정부들의 첫해 인상률을 살펴보면 김영삼 정부 8%,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를 기록했다.
이러한 낮은 인상률 배경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공익위원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8%로 매우 낮고, 소비자물가상승률 1.8%, 취업자증가율 0.4% 등의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노사 양측 모두 불만 표출
합의로 결정됐지만 노사 양측 모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영계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그동안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내수침체 장기화로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을 고려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더욱 강하게 반발하며 “노동자의 삶을 외면한 공익위원 전원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오는 16일과 19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무너진 최저임금 제도의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천명했다.
내년 최저임금 적용 대상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으로 78만2천명,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으로는 290만4천명으로 추정된다. 월 환산액은 209시간 기준 215만6천880원이다.
고용노동부는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사 양측은 고시 전까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