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거나 불편하단 항공 상식에 균열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3년 만에 200만 돌파
에어프레미아, 장거리 시장 판도 흔든다

“이 가격에 이 정도 좌석이면 사실상 반칙이죠.”
최근 가족과 함께 미국 LA를 다녀온 직장인 박진우(39) 씨는 에어프레미아의 프레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직접 경험한 뒤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씨는 “대한항공 이코노미보다 좌석은 훨씬 넓고, 가격은 더 저렴하니 안 탈 이유가 없더라”며 “장거리 노선은 이제 무조건 여기로 갈아탔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오랫동안 하늘길은 붐볐고, 경쟁자는 차고 넘쳤다. 누구나 “더 이상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한 항공사는 거꾸로 물었다. “왜 장거리 비행은 늘 비싸고 불편해야만 할까?”

이 물음에서 출발한 에어프레미아는, 대한민국 항공업계의 틈새를 정확히 겨냥해 단 3년 만에 국제선 누적 탑승객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름도 생소했던 신생 항공사가 이토록 빠르게 고도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싸거나 불편하단 편견 깨다”…하이브리드 항공의 탄생 배경
2017년 7월, 제주항공 전 대표 김종철은 기존 항공사의 ‘극단적 양극화’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선택지는 둘 중 하나뿐이었다. 불필요한 서비스까지 모두 포함된 고가의 대형 항공사, 혹은 좌석도 좁고 서비스도 제한적인 저가 항공사.

그는 이 양극단 사이의 틈을 꿰뚫었다. ‘필요한 것만 담은 프리미엄’. 그렇게 태어난 개념이 하이브리드 서비스 항공사(HSC)다.
합리적인 가격에 비즈니스급 안락함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비행기 한 대 없이 시작된 도전은 빠르게 현실이 됐다.
에어프레미아의 비행기는 오직 하나, 보잉 787-9 드림라이너다. 장거리 전용 항공기로 연료 효율이 높고 기내 환경도 쾌적하다. 이 한 기종으로만 전 노선을 운항하는 전략은 비용과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코노미 35’와 ‘프레미아 42’는 넓은 좌석 공간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고객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이코노미 끝판왕’으로 통한다.
“화물로 버텨 흑자 전환”…위기를 기회로 바꾼 생존 전략

게다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는 오히려 도약의 발판이 됐다.
여객 운항이 어려웠던 시기, 드림라이너의 넉넉한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 운송에 집중한 덕분에 2022년 532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에는 3,751억 원의 매출과 186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한 덕분에, 에어프레미아는 시장에서의 신뢰와 입지를 한층 더 굳건히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노선 전략이다. 경쟁이 치열한 단거리 대신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집중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라는 변수를 기회로 삼았다.

유럽 주요 노선 운수권이 넘어올 가능성이 높아지며, 에어프레미아는 글로벌 항공사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현재는 미국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그리고 도쿄, 방콕, 다낭, 홍콩까지 8개 국제선을 정기 운항 중이다.
결국 에어프레미아는 고객이 진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고,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 또한 치밀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균형, 그 안에 하이브리드 항공사의 철학이 담겨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이제 새로운 항공 모델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