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한그릇’, 할인인 척 가격 뻥튀기
정가 올려놓고 할인한 듯 소비자 기만
업주도 “노출 위해 어쩔 수 없었다” 토로

“안 그러면 아예 주문이 안 들어오니까요.”
서울 마포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45) 씨는 배달앱 ‘한그릇’ 메뉴에 우동 세트를 올릴 때 가격을 살짝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플랫폼에서 노출을 받기 위해선 20% 이상의 할인을 걸어야 하는데, 원가와 배달 수수료, 각종 수수료를 감안하면 정가 그대로 할인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장사하는 입장에선 이게 꼼수인 거 뻔히 알면서도 안 하면 주문 자체가 줄어든다”며 “그래도 손님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소비자만 몰랐던 정가의 진실, 배민 마케팅 논란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한그릇’ 메뉴가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다. 할인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야기의 결은 조금 다르다.
할인율은 높고 조건은 간단해 보이지만, 정작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매장은 기존에 1만1600원에 판매하던 우동 세트를 ‘한그릇’ 메뉴에서는 1만1800원으로 올려 책정했다. 이어 이 금액을 ‘정가 1만5800원’으로 설정한 뒤 25% 할인을 적용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결국 소비자는 원래 가격보다 더 비싼 값을 할인된 금액이라 믿고 결제하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매장에선 1만1900원짜리 돼지국밥이 그대로 팔리고 있으나, 마찬가지로 정가를 1만5900원으로 부풀린 뒤 25% 할인 표시가 붙어 있었다.
문제는 ‘한그릇’ 카테고리에서는 이러한 가격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소비자가 일반 메뉴와의 가격을 비교하려면 해당 매장 페이지를 따로 검색해야 한다. 이처럼 ‘정가’라는 기준이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으면 할인이라는 마케팅 문구는 그 자체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할인보다 노출이 먼저? 구조적 압박에 업주 ‘꼼수’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할인을 해야만 노출이 가능하다’는 배달 플랫폼의 구조적 압박이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한그릇’ 카테고리에서 눈에 띄기 위해선 최소 20% 이상의 할인을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1인분 메뉴 특성상 가격대가 낮고, 여기에 수수료와 배달비까지 감안하면 남는 수익이 거의 없다.
배달의민족 측은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메뉴는 삭제·수정 가능하며 수시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조적으로 유도되는 가격 설정까지 막기엔 한계가 있다.
할인은 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장치다. 하지만 그 배경이 불투명하다면, 가격 전략을 넘어서는 신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단순한 논란으로 보일지 몰라도, 이를 방치한다면 플랫폼 경제의 핵심인 소비자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투명성과 기준 마련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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