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이소, ‘쓰리피’ 상표로 韓 노크
한국 아성다이소, 일본과 지분 과거 결별
‘3조 매출’ 국내 시장에 관심 쏠려

일본 다이소가 기존의 이름이 아닌 새로운 브랜드로 한국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다이소산교(Daiso Industries)는 프리미엄 브랜드 ‘쓰리피(THREEPPY)’의 상표를 국내에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쓰리피는 기존 100엔(약 1,000원) 중심의 초저가 전략에서 벗어나, 세 배 가격인 300엔(약 3,000원)대의 고품질, 고감도 상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익숙한 이름 대신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 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는 모양새다.
“같은 다이소 아니다”…한국 아성다이소, 일본과 결별

그렇다면 이미 한국 시장에 깊숙이 자리 잡은 ‘다이소’와는 어떤 관계일까? 흔한 오해와 달리, 한국의 아성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의 지사가 아닌 토종 기업이다.
1997년 서울 천호동의 균일가 매장 ‘아스코이븐프라자’로 시작한 아성다이소는 2001년 일본 다이소산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다이소’ 브랜드를 공동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는 지분 투자 관계에 불과했으며, 결정적으로 2023년 아성다이소가 일본 측 지분을 전량 매입하며 완전한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현재 한국의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와는 무관한 별개의 법인으로, 완전한 결별을 이룬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다이소의 상표 등록을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의 신호탄으로 봐야 할까?
업계에서는 아직 신중론이 우세하다. 해외 기업이 실제 진출에 앞서 자사 브랜드 보호를 위해 상표권을 먼저 확보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어적 조치 중 하나다.
전 세계 52개국에 상표권을 보유한 일본 다이소의 전례를 볼 때, 이번 등록 역시 브랜드 선점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日 다이소가 주목한 한국…‘3조 다이소’가 만든 기회의 땅
하지만 일본 다이소의 진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 배경에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한국 저가 생활용품 시장이 있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3조 9천억 원, 영업이익 3,700억 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불황 속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자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일본 다이소 입장에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증명한 한국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으로 비칠 수 있다.
일본 다이소의 ‘쓰리피’ 상표 등록이 방어적 차원의 예방 조치에 그칠지, 아니면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은 작은 신호에 불과하지만, 이 변화가 언제 업계의 판도를 흔들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국내 유통 시장은 이미 조용히 방향을 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