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개월 만에 기록한 20만대
전기차 ‘캐스퍼·EV3’도 흥행 질주
누적 100만대 돌파한 i10·모닝
“현대차·기아가 유럽에서 이렇게 잘 나간다고?”
현대차와 기아가 단 5개월 만에 유럽에서 소형차 판매량 20만 대를 돌파하며, 현지 자동차 시장의 ‘공략법’을 완벽히 체득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테디셀러 i10·모닝부터 전기차 캐스퍼·EV3까지, 전략적 라인업이 유럽 시장을 흔들고 있다.
좁은 도로, 부족한 주차 공간, 실용성 중심의 소비 문화까지. 유럽 시장 특유의 환경이 현대차·기아의 전략적 라인업과 맞아떨어지며, 두 브랜드는 전기차 시대의 확실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유럽 소형차 시장, 절반은 현대차·기아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유럽에서 총 20만 6,023대의 소형차(A·B 세그먼트)를 판매하며, 전체 소형차 시장 점유율 중 절반 이상인 51%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43.8%, 2024년 44.5%였던 점유율을 뛰어넘는 수치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유럽 내 소형차 비중은 38.8%으로, 좁은 도로와 한정된 주차 공간, 그리고 실속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의 신차 탄소배출 규제 강화가 더해지며, 친환경 소형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소형차, 특히 친환경차 중심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i10·i20·모닝, 유럽서 100만대 이상 판매
현대차의 소형 해치백 i10과 i20, 기아의 모닝(유럽명 피칸토)은 이미 유럽 시장에서 검증된 스테디셀러다. 이 세 모델은 모두 누적 판매 100만 대 이상을 기록하며, 유럽 소형차 시장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i10은 2008년 유럽 특화 모델로 처음 출시돼 2020년 누적 100만 대를 넘겼고, 올해 5월까지 125만 798대를 기록했다. 올해만 해도 2만 5,139대가 팔리며, 전년 실적을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i20 역시 같은 해 출시돼 2021년 100만 대를 달성했고, 올해 5월까지 누적 121만 2,907대가 판매 실적을 올렸다.
특히 기아 모닝은 유럽에서 ‘피칸토’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며, 2004년 이미 100만 대 고지를 넘었다. 현재까지는 128만 6,718대가 팔렸는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유럽에서만 2만 7,686대가 판매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5,383대)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로, 유럽 내 인기와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EV3, 전기차 시장도 순항
전기차 부문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은 지난해 12월 유럽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1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5월까지 총 1만342대가 판매되며, 소형 전기 SUV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기아의 준중형 전기 SUV ‘EV3’는 지난해 8월 유럽에 출시된 이후 올해 1~5월 2만 8,739대가 판매됐다. 이는 기아 전체 유럽 전기차 판매량(4만 4,875대)의 64%에 해당하는 수치로, EV3가 기아 전기차 라인업의 핵심 모델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EV3의 선전 덕분에 기아는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 실적에서 지난해(6만 8,246대)는 물론, 역대 최다였던 2023년 기록(8만 341대)까지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차세대 EV2·소형 SUV 출시 예고
현대차·기아는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향후 유럽 시장을 겨냥한 신차 투입 계획도 속속 내놓고 있다.
기아는 지난 2월 ‘2025 기아 EV 데이’에서 소형 전기 SUV ‘EV2’ 콘셉트를 공개하며, 소형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현대차도 이와 함께 엔트리급 전기 SUV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세단, 해치백, SUV는 물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아우르는 풀 라인업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공략은 단순한 판매 실적을 넘어, 전동화 시대를 준비하는 ‘진화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실용성과 친환경을 모두 잡은 소형차 전략이 이들의 차세대 성장을 견인할 키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