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22배 성장…한국도 기능성 식품 ‘붐’
편의점·다이소서 5천원대 ‘가성비 건강’ 인기
중장년층 “성분 꼼꼼히”…일상 속 건강 챙긴다

“건강 걱정 많았는데, 이렇게 간단히 챙길 수 있으니 마음이 놓여요.”
50대 주부 이모 씨는 최근 다이소에서 구매한 기능성 비타민 젤리를 가방에 넣고 다닌다. 예전에는 건강을 챙기려면 비싸고 복잡하다는 생각에 망설였지만, 요즘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 많아져 훨씬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예전 같으면 약국 가야 했을 텐데, 이제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작은 습관이지만 마음은 든든하죠”라고 말했다.
이렇듯 현대인의 건강 관리 방식도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약국이나 홈쇼핑을 통해 무겁게 주문하던 건강기능식품이, 이제는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집어 드는 ‘간식’처럼 바뀌고 있다.

일본이 먼저 시작한 이 변화의 물결은, 지금 한국에서도 빠르게 퍼지는 중이다.
일본은 이미 22배 성장…한국도 ‘기능성 식품’ 질주
일본은 이미 2015년부터 일반 식품에도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꿨다. 소비자가 겉면에 적힌 ‘기억력 향상’, ‘장 건강 도움’ 같은 문구를 보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규제를 완화하자 시장은 순식간에 커졌다. 임상실험 없이도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신고’만 하면 기능성을 내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에, 중소기업들도 대거 진입했다. 그렇게 8년 만에 시장 규모는 22배 가까이 성장했다.
한국도 그 흐름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2020년부터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도’를 시행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의 문턱을 낮췄고, 그 결과 시장은 활짝 열렸다.

같은 밥을 먹더라도 ‘면역력 강화’, 같은 간식을 먹어도 ‘장 건강 도움’ 같은 표현이 붙으며, 제품은 더 일상적으로 바뀌었다.
출시 제품 수만 보더라도 2020년 7개에 불과하던 기능성 표시 식품은 2년 만에 242개로 뛰었다.
흥미로운 건 가격이다. 과거 건강기능식품은 ‘비싸고 거창한’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다이소는 3천~5천 원대 ‘가성비 기능성 제품’을 내놓으며 관심을 끌었고, 유명 제약사의 제품도 소량으로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

품절 사례가 나올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고, 이후 편의점 업계까지 가세하며 유통 채널은 훨씬 다양해졌다.
“홍삼 시대는 끝”…중장년층, 기능 따라 꼼꼼히 따져 고른다
누가 이런 제품들을 가장 많이 찾을까? 중장년층이다. 40~60대 소비자는 이미 전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주축이다.
10명 중 8명이 정기적으로 제품을 섭취하며, 브랜드보다는 ‘성분’과 ‘기능’을 꼼꼼히 살펴보는 알뜰한 소비 경향을 보인다.
예전처럼 무조건 홍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눈엔 루테인, 혈관엔 오메가-3, 장 건강엔 프로바이오틱스처럼 문제별로 제품을 골라가는 흐름이다.

결국 건강기능식품은 더 이상 특별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상 식사, 간식, 음료 하나까지도 나의 건강 상태에 맞춰 골라 먹는 시대다.
일본이 먼저 문을 연 이 시장에, 한국은 지금 속도를 내며 진입하고 있다. 제품은 더 많아지고, 가격은 더 낮아지고, 소비자는 더 똑똑해지고 있다. 앞으로 이 시장에서 벌어질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