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수준인데 “또 오른다?”…직원 10명 줄인 자영업자의 절규

노사 격차 좁혔지만 합의 불발
1.2% 인상안에 자영업자들 ‘한숨’
물가·고용 불안 여전한 상황
최저임금
노동계, 경제계 최저임금 결정 난항 / 출처 : 연합뉴스

“지금도 직원 줄이고, 주 6일 일하는데 더 오르면 이젠 못 버텨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폐업률이 100만 건을 넘어서며 자영업 시장이 위태로운 가운데, 최저임금이 또다시 인상의 길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자 생계에 직격탄을 맞게 된 현장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앙되고 있다.

격차 줄였지만 합의 실패…“최소 동결도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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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경제계 최저임금 결정 난항 / 출처 : 연합뉴스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9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6차 수정안으로 각각 시간당 1만1천20원(노동계)과 1만150원(경영계)으로 제시하며 또 한 번 간극을 좁혔다.

최초 제안 시 1천470원이던 차이는 이번에 870원까지 좁혀졌지만, 합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도 감당 못 한다”며 강하게 주장했고, 경영계는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수준”이라며 최소 인상을 고수했다.

노동계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고물가 시대에 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며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는 “0.8% 성장률 전망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을 줄이고, 자영업자 부담만 키운다”고 말했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 이명로 본부장도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중소상공인”이라며 현실적인 접근을 요청했다.

자영업자들 “이번에도 우리가 감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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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경제계 최저임금 결정 난항 / 출처 : 연합뉴스

노사 간 입장차는 좁혀졌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최소 동결’ 기대가 무너졌다는 사실에 더 깊은 좌절이 퍼지고 있다.

자영업자 김모씨는 “두 자릿수의 급격한 인상은 피하겠지만, 그래도 또 오르는 건 분명해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인상은 필요하지만 지금 같은 경기에서 자영업자에게만 희생을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경기 악화에 직원을 10여명을 줄였다는 자영업자 박모씨는 “주 6일, 하루 12시간 일하고 있다”며 “더 오르면 나 혼자 다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축소 시킬 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이모씨는 “최저임금 인상이 기득권만 이롭게 할 뿐”이라며 “실제 현장에선 일자리 줄어드는 걸 정부도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지표도 ‘빨간불’…“단기 추경으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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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경제계 최저임금 결정 난항 /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지난 6일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폐업자 수는 100만8천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간이사업자의 폐업률은 여전히 13%에 육박하고, 법인사업자의 폐업률도 5.8%로 빠르게 상승 중이다. 편의점, 커피점 등 생활 업종에서도 올해 들어 폐업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민생 회복을 위해 2차 20조원의 추경을 편성해 재정을 긴급 투입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처방만으로는 구조적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경제전문가는 “자영업 창업이 많아도 경쟁이 과열돼 결국 다시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라며 “최저임금 조정과 더불어 구조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두고 노사 간 평행선이 계속되는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의 현실과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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