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넘은 K-조선, 수소 운반선 정조준
영하 253도 기술로 ‘세계 최초’ 노린다
정부·업계, 555억 투입해 상용화 시동

“LNG도 모자라서 이제는 수소까지… 한국 조선 진짜 물 올랐네”
한국 조선업이 ‘LNG 운반선 최강자’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한 번의 기술 초격차에 도전장을 냈다.
이번 목표는 ‘액화수소 운반선’이다. 고난도 기술, 미개척 시장, 그리고 세계 최초. 세 가지 키워드를 모두 품은 이 분야에 정부와 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액화수소 운반선 민관 합동 추진단’ 출범식을 열었다. 추진단에는 조선 3사, 대학, 연구기관 등 관련 핵심 기관들이 참여해 기술 개발부터 실증, 상용화 전략까지 총괄하게 된다.
왜 액화수소인가? “부피 800분의 1, 효율 10배”

수소는 청정에너지 시대의 핵심 연료지만, 부피가 커서 대규모 운송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액화’다.
기체 수소를 영하 253도로 냉각해 액체로 만들면 부피는 800분의 1로 줄어든다. 이 방식은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실을 수 있어 운송 효율이 10배 이상 높아진다.
하지만 극저온 환경에서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반하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껏 상용화된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은 단 한 척도 없다.
이 공백을 누가 먼저 채우느냐가 향후 수소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기술 선점이 곧 표준”… 정부-산업계, 555억 투입해 본격 시동

정부는 지난해 ‘액화수소 운반선 초격차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55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실증 및 대형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2027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실증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총 43개의 연구개발(R&D) 과제가 진행 중이며, 여기에만 101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추진단은 이들 과제 간 연계를 조율하고 실증 선박 건조, 기자재 공급망 구축 등 실질적인 산업 기반 형성에 집중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한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기술 규격화와 법제 정비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젠 기술 경쟁을 넘어, 글로벌 수소 물류 시장의 룰을 주도하겠다는 포석이다.
K-조선의 다음 항해는 이제 시작됐다. ‘불가능’을 기술로 바꾸는 한국의 조선업, 이번에도 세계 해양 산업의 기준을 다시 쓰게 될지 주목된다.
희망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