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도 못할 거 왜 내요?”… ‘결국’ 돌아선 청년들에, 정부 ‘초비상’

청년 4명 중 1명만 가입
늦은 취업에 불안정한 일자리
노후 빈곤 위험 급증 우려

“받지도 못할 거 왜 내요?” 한 20대 청년의 솔직한 토로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면서, 아예 등을 돌리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늦은 취업이 부르는 연금 재앙

국민연금연구원이 11일 발표한 ‘청년층을 위한 국민연금 가입 기간 확충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18~24세 청년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24.3%에 불과했다. 4명 중 1명만 국민연금에 가입한 셈이다.

25~29세 연령대로 올라가면 가입률이 57.9%로 상승하지만, 여전히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한국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4%로 OECD 평균 60.5%보다 11.1%포인트나 낮다.

청년층의 낮은 가입률은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다. 늦은 노동시장 진입과 반복되는 실업이 장기적으로 연금 수급액을 급감시키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취업을 5년 늦추고 10년의 실업 공백을 겪을 경우, 공적연금 수급액이 정상 경력 대비 3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손실 폭이 가장 큰 수준에 속한다.

대학 진학, 군 복무, 취업 준비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비정규직, 단기 일자리 등 불안정한 일자리 증가로 국민연금 가입 자체가 어려워진 현실도 한몫한다.

반쪽짜리 크레딧 제도의 한계

청년층의 가입 기간을 보완하기 위해 운영 중인 크레딧 제도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군복무 크레딧은 복무 기간이 18개월 이상임에도 6개월만 가입 기간으로 인정한다. 출산 크레딧도 둘째 자녀부터 적용해 저출산·병역 의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가입 기간을 실질적으로 늘리려면 보다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군복무 크레딧 인정 기간을 실제 복무 기간 전체로 확대하고, 출산 크레딧은 첫째 자녀부터 부여하며 자녀 출생 시점부터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18세에서 15세로 낮춰 조기 가입 통로를 열어주고, 저소득 청년 근로자가 취업 초기 일정 기간 납부한 보험료를 상향 평가하는 ‘최소 보험료 납부 인정’ 제도를 새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보고서 연구진은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늦은 입직과 실업이 연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 크레딧, 출산 크레딧 및 군복무 크레딧이 도입돼 있지만 완충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청년층을 위한 추가의 가입 기간 확충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래 세대를 위협하는 시한폭탄

청년층 국민연금 가입률 저하가 미래에 미칠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연금 수급액 감소로 노후 빈곤층이 급증할 우려가 크다. 청년기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으면 연금 수급 기간과 금액이 줄어들어 노후에 충분한 소득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대 간 갈등도 불가피하다. 청년층이 연금에 가입하지 않으면 미래에 고령층이 되었을 때 연금 수급권이 약화되고, 다음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 가입자 감소로 연금 기금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어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낮은 가입률은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적 연대 의식도 약화시킨다. 제도 신뢰 저하는 향후 연금 개혁이나 사회보장 정책의 실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

결국 청년층 국민연금 가입률 저하는 미래 세대 전체의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사회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