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계획이 있었구나”… 야심차게 ‘큰 그림’ 그리는 ‘제주’, 무슨 일?

동남아 관광객 겨냥한 전략
단순 기항지 넘어 출발지 변신
준모항 인프라 확충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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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크루즈 준모항 / 출처 : 연합뉴스

제주가 크루즈선이 잠시 정박하는 ‘기항지’를 넘어, 관광객이 승선하고 하선하는 ‘준모항’으로 변신하고 있다.

준모항이란 크루즈 여행의 출발지이자 도착지 역할을 하는 거점 항구를 뜻한다. 지난 5월부터 서귀포 강정항에서 승객 승하선이 가능한 크루즈 준모항 시범 운영을 시작한 제주는 벌써 올 연말까지 약 80항차 예약을 완료했다.

크루즈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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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크루즈 준모항 / 출처 : 연합뉴스

제주도는 2025년 한 해 동안 2개 크루즈 선사에서 33회에 걸쳐 3,000명 규모의 준모항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제주가 아시아 크루즈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주 모객 여행사인 AT투어는 내년 객실 운영 규모를 현재 50명 정원에서 100명 정원으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현재 30~40% 수준인 도외 탑승객 비율을 90%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덕윤 AT투어 대표이사는 1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2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필리핀, 베트남 등 글로벌 고소득 관광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허니문, 수학여행, 마이스 등 테마형 콘텐츠 결합 상품 판매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6시간 관광에서 1박 체류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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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크루즈 준모항 / 출처 : 연합뉴스

준모항 도입의 가장 큰 변화는 관광객의 체류 패턴이다. 기존 기항지 방식에서는 크루즈 승객들이 제주에서 6~8시간 정도만 머무르며 짧은 관광 후 곧바로 떠났다. 하지만 준모항 방식에서는 크루즈 출항 전후로 제주에 1박 이상 체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준모항 활성화로 방문객 및 체류객 증가가 기대된다”며 “관광객의 체류시간 연장과 지역 내 소비지출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해녀 문화 체험, 전통시장 투어 등 체류형 맞춤 관광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한 승하선을 넘어서, 관광객이 다양한 체험을 즐기며 제주에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성공 위한 인프라 확충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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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크루즈 준모항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제주 크루즈 준모항이 성공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승객 편의시설 확충이다.

강항일 전 해운조합 제주지부장은 포럼에서 “승객들은 탑승 4~5시간 전 항구에 도착하는데 현재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하다”며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여러 불만이 제기돼 준모항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월럼쉬핑코리아의 전세훈 이사도 “이젠 하드웨어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특히 출입국 문제 이전에 수화물을 어떻게 안전하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승오 제주도 해양산업과장은 “기존 인프라가 기항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준모항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유관기관과 함께 위탁 수화물 처리 시스템 도입, 승객 대기 공간 확보,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서귀포출장소 유치 등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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