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새 산불 발생 기간 25일 길어져
온난화로 산불 기간 25일 증가
유럽, 온난화 속도 세계 평균의 두 배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위협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한국은 물론 유럽 각국까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불 패턴이 급변하는 가운데, 피해 복구 현장에선 여전히 2022년 산불의 상흔을 지우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가 부른 산불 패턴 변화, 한국도 예외 아니다
지난 3월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임상준 교수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0년(1991~2020년) 사이 한국의 산불 발생은 연평균 5.82건씩 증가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산불 발생 기간이 25일이나 길어졌다는 점이다. 144일(1991~2005)에서 169일(2006~2020)로 확대되었고, 산불 시작 시점은 17일 앞당겨졌으며, 끝나는 시점은 8일 늦춰졌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62%는 3~5월에 집중되며, 소실되는 면적은 이 기간에 전체의 80.7%에 달한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로 인한 급격한 온난화와 적은 강설량으로 인해 산에 쌓인 눈이 일찍 녹은 것이 산불이 더 일찍 발생하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서도 기온이 1도 오르면 산불 발생 위험이 8% 증가하고, 2도 상승 시 13%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아직도 복구 중인 동해안 산불 현장

이러한 기후변화의 영향은 실제 산불 현장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2년 동해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한 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울창했던 숲은 여전히 검게 그을린 채로 남아있고, 새로 심은 어린 묘목들만이 희망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규모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현장에서는 묵묵히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
강릉국유림관리소 소속 영림단원들은 산불 피해지에서 새벽 5시부터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30분 간격으로 휴식을 취하며 발포 비타민과 산소 캔으로 버텨내는 이들에게, 유독 더운 올해 여름 그늘 없는 작업장에서 유일한 피난처는 작은 몽골 텐트뿐이다.
이들은 산불로 잿더미가 된 숲이 푸름을 되찾을 때까지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처럼 산불 피해 복구에는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전체 산불의 0.4%에 불과한 대형 산불(100ha 이상)이 전체 피해 면적의 72.4%를 차지하며, 그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후위기, 전 세계가 직면한 산불 위협

이러한 산불 증가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기후위기의 결과다. 유럽 전역도 한 달 넘게 무더위가 지속되며 산불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달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던 키오스섬에 이어 크레타섬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약 5,000명이 대피했다.
아테네 인근과 독일 동부, 스페인 북동부에서도 산불이 확산되어 카탈루냐주에서는 최소 2명이 사망했다.
블룸버그는 “1980년대 이후 유럽에서는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안츠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는 32도가 넘는 날이 40일 이상, 스페인에서는 50일 이상 지속되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산불의 규모와 빈도, 강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산불은 특정 지역이나 계절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위협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