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하루 500mm 물폭탄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현상 심화
민관 총력전… 금융권도 80억 원 지원

“지난주만 해도 폭염 경보가 내려졌는데, 하루 만에 물바다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박모(42) 씨는 고향인 충남 서산의 부모님 소식을 확인하느라 밤을 새웠다.
“200년에 한 번 나올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올 정도로 이틀간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가 전국을 강타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에 전국 곳곳에서 침수와 산사태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도심 마비·농경지 침수… 사망자까지 발생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산과 홍성 등 충남 지역에는 16일부터 18일 오전까지 각각 519.3mm와 437.6mm의 비가 쏟아졌다. 하루 만에 7월 한 달 분량의 강수량이 내린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축구장 1만 8천여 개 면적에 해당하는 1만 3천33헥타르의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충남 지역이 95.6%에 달했다.

전국 곳곳에서 주민 대피도 이어졌다. 충북 청주·보은 등 47개 마을 주민 297명, 충남에서는 235가구 554명, 전남에서는 187세대 313명이 긴급 대피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 사고도 발생했다. 충남 서산 석남동에서는 도로가 침수된 차량 안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경기 오산시 가장동에서도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지며 차량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시화·기후변화가 ‘물 폭탄’ 피해 키워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 피해가 컸던 주요 원인으로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도시화, 하천 수위 급상승을 꼽았다.

특히 충청권에 단기간에 400~500mm에 달하는 폭우가 내렸고, 일부 지역은 시간당 100mm가 넘는 극단적인 강우를 경험했다.
또한 도시 확장으로 불투수면(빗물이 흡수되지 않는 아스팔트 및 콘크리트)이 증가해 빗물이 빠르게 하수로 몰렸고, 하수관로와 소하천 용량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침수에 취약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 중 수증기량 증가다. 대기 온도가 1℃ 올라갈 때 수증기량은 약 7%씩 증가해 강수량과 강도가 커진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복구·구호에 민·관 총력전… 금융권도 80억 원 지원

심각한 피해 상황에 정부와 민간은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긴급 점검회의를 소집해 피해 복구 방안을 논의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인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신속한 피해 복구를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며 “농촌진흥청과 농협,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추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금융그룹도 수재민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그룹은 각각 20억 원씩 총 80억 원을 기부했다. 이들은 성금과 함께 긴급 구호키트, 텐트, 이동식 밥차, 세탁차 등을 피해 지역에 보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중호우와 같은 극단적 기후 현상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도시 인프라를 재설계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