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사용량 감소로 고령자 이상 징후 감지
수자원공사·연금공단, 고독사 예방 나선다
사생활 침해 없이 빠른 대응 가능해 기대

“이제는 혼자 살아도 덜 걱정되네요.”
경남 거제에 사는 68세 이모 씨는 수자원공사와 연금공단이 도입한 수도 사용량 기반 안부 확인 시스템 소식을 접하고 안도감을 표했다.
이 씨는 “예전엔 며칠 동안 연락이 없어도 아무도 몰랐을 텐데, 이제는 물을 안 써도 누군가 신경 써주는 세상이 된 것 같다”며 “진짜 든든하다”고 말하고는 한숨 돌린 듯 마음이 놓인다고 덧붙였다.
“수도계량기로 고독사 막는다”…물 사용량으로 살피는 노인 안부
홀로 지내는 고령자의 안부를 수도 사용량으로 확인하는 새로운 복지 시스템이 도입된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국민연금공단은 수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령층의 이상 징후를 감지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양 기관은 전북 정읍, 경남 거제 등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5개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수도 사용량이 일정 기간 급감하거나 사용 기록이 없는 경우, 이를 이상 징후로 판단해 연금공단이나 지자체가 해당 가구의 거주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고독사 문제는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2023년 고독사로 숨진 사람은 3,661명으로, 대부분이 50~60대 남성이었다.

이는 2021년 3,378명, 2022년 3,559명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한 수치로, 하루 평균 10명 가까이 숨진 셈이다. 이에 점점 깊어지는 사회적 고립이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사생활 지키며 위기 감지…’물 사용량 경보’의 강점과 한계
이런 현실에서 수도 사용량 기반 감지는 비교적 사생활 침해가 적으면서도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의 전화 확인이나 방문 돌봄에 비해 자동화된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인력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특히 기존에 보급된 스마트 계량기를 활용해 별도 설치 비용 없이도 시스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단순 외출이나 입원, 절약 습관 등으로 인해 ‘물 사용량 감소’가 오탐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기 사용량 등 타 데이터와의 연계, 그리고 정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또한 경보 발생 후 실제로 누가 어떻게 현장을 확인하고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도 필수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수도 사용 정보 역시 민감 정보로 분류될 수 있는 만큼, 사용자의 명확한 동의와 함께 수집·활용 목적의 엄격한 제한이 전제돼야 한다.
이 시스템이 모든 위기를 감지할 수는 없는 만큼, 기존의 방문 돌봄 서비스와 병행돼야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술은 사람을 완전히 대신할 수 없지만, 더 빠르고 넓게 위험을 알릴 수는 있다. 이번 협력 사업이 고독사 예방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