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 여전히 불안 요소
BMS 기술로 미세 변화까지 감지
민관학, 전기차 신뢰 회복에 총력

“전기차, 사고 나면 그냥 폭탄 아냐?” 배터리 화재에 대한 공포는 아직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률이 생각만큼 안 오르자, 내연기관차에서 갈아타는 이들에게 ‘추가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움직임의 중심엔 하나의 전제가 있다. “전기차, 정말 안전해?” 이 질문에 확실히 답하지 못하면 아무리 보조금을 퍼부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전기차 비선호층까지 잡는다

지난 8일, 제주에서 열린 ‘2025 전동화 시대로의 대전환’ 포럼에서 정창호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 배터리 성능개발실장은 이렇게 선언했다.
“전기차를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이제는 다가가야 합니다. 그 중심엔 ‘안전’이 있어야 하죠.”
정 실장이 말한 안전은 단순히 사고 방지 차원이 아니다. 그는 “현대차의 전기차는 주차 후에도 BMS, 즉 배터리관리시스템이 계속 깨어 있는 상태로 미세한 전류, 온도 변화를 추적한다”며 “이제는 단순 감지를 넘어 ‘조짐’을 미리 읽고 대응하는 기술까지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BMS는 배터리 셀 하나하나를 수밀리초 단위로 분석하며,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출력을 제한하거나 점검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향후에는 클라우드 기반 원격 진단 기능도 더해진다.
게다가 현대차는 배터리 자체의 재료나 구조에도 손을 대고 있어, 기존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서 리튬·인산·철(LFP) 방식으로 다변화하고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각형 배터리로 확장 중이다.
전기차 보급 지지부진…전환지원금 필요성도 제기

한편 정부는 전기차 보급이 생각보다 더딘 현실에 다시금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잡은 전기차 보급 목표는 23만 3천대지만 실제로는 절반 수준인 12만 2,675대가 등록됐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8만 대 조금 넘은 수준에 그쳤다.
환경부는 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갈아타는 소비자에게 ‘전환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내연차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며 “보조금만으로는 부족하니, 내연차 감축을 유도할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환지원금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환경부는 “현재 검토 단계일 뿐,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도 관련 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지난해 전기차 보급사업 예산 집행률은 67.8%. 즉, 주머니엔 돈이 있었는데 쓸 데가 없었다는 말이다.
민관학 “이젠 신뢰로 간다”…공동 선언문도 발표

이날 포럼에서는 정부, 기업, 학계가 함께 전기차 안전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박용선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장은 “배터리 안전성을 위해 내년부터 배터리 하부 충격 평가도 진행할 것”이라며,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 관리 체계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욱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배터리는 성능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잠재적 폭탄”이라며, “화재 예방에서 확산 억제까지 모든 단계에서 다층적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전기차에 대한 국민 신뢰가 쌓여야 보급도 가능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포럼 마지막에는 지속 가능한 e-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동 선언문도 발표됐는데, 여기엔 기술·정책 연계, 국제 협력 강화, 산업 생태계 조성 등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전기차는 기술로 설득하고, 정책으로 밀어붙이는 중이다. 그러나 마지막 문은 결국 소비자가 찍는다. “정말 괜찮겠지?” 이 물음에 확신을 줄 수 있어야, 전기차 시대는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