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정유·배터리 동시 호황에 급등
60년 정유 내공·40년 배터리 결실 맺다
가스·전력까지 품은 종합 에너지로 재편

“정유도 잘 나가고 배터리도 떴다니, 물 들어올 때 노 제대로 젓네.”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거침없이 치솟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50% 넘게 오른 이 흐름은 단기적인 반등이나 시장의 반짝 반응을 넘어선다.
그 이면에는 1962년 시작된 정유 사업으로 다져진 60년의 탄탄한 기반 위에, 1980년대부터 씨앗을 뿌려온 배터리 사업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으며 동시에 만개한, 보기 드문 성장 서사가 숨어 있다.
‘적자덩어리’에서 효자 전환…SK온의 반전 드라마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한때 그룹의 오랜 투자 부담으로 여겨졌다. 대규모 투입에도 적자가 이어지며 수익성에 대한 물음표가 늘 따라붙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 미국 조지아 전기차 공장(메타플랜트)의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성장 서사의 막이 올랐다.
폭증하는 배터리 출하량에 더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 혜택이 가시화되면서 마침내 수익성 개선의 뚜렷한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유럽 시장의 파트너인 폭스바겐 ID 시리즈의 견조한 판매량 역시 SK온이 글로벌 Top 5의 핵심 공급사로 부상했음을 증명한다.

한편, 회사의 뿌리인 정유 사업은 이례적인 호황을 맞으며 든든한 ‘현금 제조기’ 역할을 하고 있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3위권 규모(하루 최대 84만 배럴 처리)를 자랑하는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야기한 고유가 상황 속에서 25년 만의 최고 수준 정제마진을 기록 중이다.
정유사의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의 호조는 미래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안전판이다.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한 윤활유 사업 또한 힘을 보태며 실적 기반을 한층 두텁게 하고 있다.
가스·전력까지 품었다…‘에너지 공룡’으로 재편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K E&S와의 합병이라는 결정적 퍼즐을 맞췄다.

연간 조 단위의 안정적 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을 품에 안으며, 기존 석유·배터리 사업에 가스·전력 포트폴리오를 더한 명실상부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재편을 완성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AI와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 수요 급증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거론되지만 10년 이상 소요되는 건설 기간을 고려하면, 천연가스는 현재의 에너지 공백을 메울 가장 즉각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이다.
이번 합병은 회사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에너지 전환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결론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최근 상승세는 운 좋은 결과가 아니다. 수십 년에 걸친 뚝심과 선구안, 시기를 놓치지 않은 전략적 결단이 만들어낸 복합적 성과다.
전통과 미래,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개의 축이 마침내 강력한 시너지를 내며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국제 유가의 변동성은 상존하는 만큼, 이 복합 성장 엔진을 얼마나 정교하게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