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그런 줄 알았는데”…세계 1위 보유국 ‘초비상’, 대체 무슨 일?

스타벅스에서 체포된 직원들
1000장 넘는 도면 유출
일본으로 향한 기밀기술
TSMC
TSMC 기술 유출 / 출처 : 연합뉴스

최근 대만 반도체 업계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빠졌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최첨단 2나노 공정 기술이 일본 기업으로 흘러간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만 검찰이 지난달 광범위한 수사를 벌인 끝에 전현직 직원 3명을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재택근무 틈타 1000장 도면 촬영

대만 고등검찰서 지적재산권분서가 8월 5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구속된 천모씨, 우모씨, 거모씨 등 3명은 2023년 말부터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의 발단은 TSMC의 정기 내부 점검에서 시작됐다. 회사 측이 일부 직원들의 비정상적인 내부망 접속 패턴을 포착한 것이다. 이들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회사에서 지급받은 노트북으로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해 기밀문서를 열람했다.

TSMC
TSMC 기술 유출 / 출처 : 연합뉴스

이들은 회사 모니터에 표시된 2나노 공정 기술 도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외부로 유출했다. 유출된 도면만 1000여장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모씨와 거모씨는 3분 단위로 반복 접속하며 체계적으로 기밀 자료를 수집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택 원격근무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치밀한 범행”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 연결고리 드러나

수사 과정에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유출된 기술이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 일렉트론으로 흘러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핵심 인물은 TSMC 통합시스템 부문에서 퇴직한 후 도쿄 일렉트론 엔지니어로 이직한 천모씨였다.

TSMC
TSMC 기술 유출 / 출처 : 연합뉴스

천씨는 2023년 말부터 과거 동료들과 접촉해 기밀 정보를 요구했다. 검찰은 TSMC 직원들이 자주 방문하는 커피전문점부터 고속철도역 주변까지 광범위하게 감시했고, 실제로 2명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체포됐다.

도쿄 일렉트론의 신주 사이언스파크 사무소도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회사는 일본 정부가 2조 엔을 지원하는 국책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장비 공급처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TSMC 기술이 도쿄 일렉트론을 거쳐 라피더스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2년 징역형 첫 적용

이번 사건에는 2022년 5월 개정된 대만 국가안전법의 ‘국가핵심관건기술 영업비밀의 역외사용죄’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유죄 판결 시 최고 징역 12년과 최대 1억 대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대만 행정원은 14나노 이하 반도체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해 엄격히 보호하고 있다. 현재 2나노 반도체 양산 기술에서는 TSMC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TSMC
TSMC 기술 유출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TSMC 측은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해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회사는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최근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 일렉트론 측은 “대만 언론 보도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만 검찰 역시 “현재 조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안보 전문가는 “도쿄 일렉트론이 수사 대상이라 하더라도 기술 취득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충분한 수사 시간이 필요하다”며 “만약 유출 의사가 명백히 드러난다면 기업 차원의 책임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일본과의 기술 협력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자유시보는 최근 2개월 사이 일본과 한국 장비업체들이 연루된 유사 사건 7~8건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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