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도 4살 애를 어떻게”…서울 강남권에 불어닥친 기이한 현상

영유아 절반 사교육… 외신도 주목
학원법 개정안에 반대 여론 1만여 건
전문가들 “발달 저해” 경고에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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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 과열 / 출처: 뉴스1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한 레벨테스트가 ‘고시’라 불릴 정도로 과열된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전문가들의 우려와 학부모들의 불안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유아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적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영유아 사교육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며 사회적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해외서도 주목하는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열풍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월 “한국의 학문적 경쟁이 6세 미만의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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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 과열 / 출처: 연합뉴스

FT는 한국 교육 당국의 통계를 인용해 6세 미만 영유아 중 47.6%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이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교육 대상 연령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615곳이었던 전국 영어유치원은 2023년 842곳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일반 유치원은 8837곳에서 8441곳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월평균 154만 5000원에 달하는 영어유치원 비용이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뜨거운 논쟁 불붙인 ‘영유아 영어유치원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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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 과열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발의한 학원법 개정안은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일명 ‘영유아 영어유치원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36개월 미만 영유아에 대한 교과과정 연계 교습 전면 금지, 36개월 이상 영유아의 하루 교습 시간을 40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개정안에 등록된 의견은 1만 460건에 달하며, 대부분이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학부모는 “아이의 잠재력과 재능을 조기에 발견하고 계발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법으로 억누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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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 과열 / 출처: 연합뉴스

영어유치원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영어유치원 금지법안 철회’ 청원이 시작돼 5일 만에 3900여 명이 동의하며 반대 여론이 조직화되고 있다.

전문가 경고와 아동 우울증 급증의 불편한 진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열 양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엄소용 연세대 의대 교수는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준비되지 않은 시기의 이른 학습 경험은 이후 학령기에 학업 흥미를 떨어뜨리고, 학습 동기를 저하해 학습 부진과 자존감 저하,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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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 과열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경고는 실제 통계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교육열이 높은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강남 3구’의 9세 이하 아동 우울증·불안장애 건강보험 청구건수는 2020년 1037건에서 2023년 3309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이 약 2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강남 3구의 증가 속도가 현저히 빠르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4세 고시, 7세 고시가 어린이들의 정상적인 발달을 가로막는 일종의 범죄 행위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의미 있는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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