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 김, 세계가 주목한 수출 효자
기술·건강·K컬처 삼박자 시너지 빛났다
정부, 양식장 확대 등 전방위 지원 나서

한때 밥상 위 가장 평범한 반찬이었던 김의 위상이 달라졌다.
소박한 ‘밥도둑’은 이제 ‘검은 반도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으며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주역으로 거듭났다.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사상 초유의 수출 기록이 연일 경신되자 정부까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김 생산 기지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더는 내수용 반찬에 머물지 않는 김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도대체 이 검은 해조류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기에, 전 세계가 이토록 열광하고 정부까지 나선 것일까.
밥반찬에서 글로벌 스낵으로…김의 놀라운 변신
그 첫 번째 열쇠는 누구도 모방하기 힘든 압도적인 ‘기술력’에 있다.
김을 얇고 균일하게 가공하는 기술력은 단연 한국이 세계 최고다. 특히 김밥용처럼 얇으면서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 높은 품질은 사실상 한국산이 아니면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서해와 남해의 큰 조수간만 차가 만들어낸 청정한 생육 환경 역시 맛과 향이 뛰어난 원초를 길러내는 최적의 조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건강식’이라는 이미지가 날개를 달아주었다. 저칼로리에 고단백,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웰빙 트렌드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맛을 넘어 몸에 좋은 ‘슈퍼푸드’로 자리매김하며 감자칩을 대체할 건강 스낵으로 서구권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묘수는 ‘현지화’ 전략에 있었다. 김을 밥과 함께 먹는 아시아의 식문화에서 벗어나, 그 자체를 즐기는 스낵으로 재탄생시킨 발상의 전환이 시장을 열었다.
치즈, 와사비, 아몬드 등 각국의 입맛을 겨냥해 출시된 김 스낵은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사로잡았고, 최근 미국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난 냉동 김밥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K-푸드의 저력을 입증했다.
밥상에서 수출 1위로…‘검은 반도체’의 반전 드라마

문화의 힘 또한 이 거대한 흐름을 밀어 올린 동력이었다.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김밥과 주먹밥 등 한국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지금 전 세계 124개국으로 뻗어 나간 한국 김의 수출길 뒤에는, 콘텐츠가 음식의 국경을 허문 한류라는 거대한 조류가 있었다.
이제 김은 더 이상 밥상 위의 소품이 아니다. 기술과 문화, 산업과 트렌드가 절묘하게 맞물려 탄생한, 세계가 주목하는 고부가가치 식품이다.
‘검은 반도체’라는 이름값을 증명해낸 지금, 이 거센 바람을 타고 펼쳐질 새로운 변화에 주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