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M 손잡고 美서 차량 공동 생산
관세 피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
北미 상용차 시장까지 교두보 확보 나서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장벽에 직면한 현대자동차가 생존 해법으로 ‘미국 자동차의 심장’ 제너럴모터스(GM)와의 동맹을 선택했다.
전기차를 포함한 신차 5종을 공동 개발하고, 이 중 일부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협력의 골자다.
이는 시장 확대라는 외형적 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가 미국의 거센 무역 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꺼내든 정교한 전략적 묘수로 풀이된다.
관세 장벽 넘은 현대차, ‘메이드 인 USA’ 전략 통했다
현재 미국 행정부의 15% 수입차 관세 정책은 한국 완성차 업계에 거대한 위협이 되어왔다.

기술력과 무관하게 ‘생산지’가 미국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북미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족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GM과의 파트너십은 이 모든 상황을 단번에 반전시켰다.
현대차는 GM의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활용함으로써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조건을 충족, 고율의 관세 장벽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게 됐다.
그 대가로 현대차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북미 상용차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한다.

이 협력은 신차 판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십 년간 현지 업체들이 독점해 온 GM의 B2B(기업 간 거래) 판매망과 서비스 네트워크에 무혈입성하는 효과를 가진다.
‘전동화 생존 연합’…GM과 현대차, 서로의 미래를 맞잡다
결국 이번 협력은 ‘전통의 강자’가 생존을 위해 ‘기술의 강자’와 손을 잡은 필연적 선택이다.
거대한 기술 전환의 파도 앞에서 새 동력이 필요했던 GM과, 북미라는 거대 시장의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야 하는 현대차의 필요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구체적으로 GM은 현대차의 검증된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과 배터리 기술을 통해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고, 현대차는 GM의 생산 기반을 발판 삼아 북미 시장의 문턱을 넘는 구조다.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등장할 공동 개발 차량의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동맹은 그 자체만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권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기술력으로 세계의 중심에 선 한국 자동차 산업이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