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GM 손잡고 5종 차량 공동개발 추진
생산은 해외로, 국내 일자리엔 빨간불
로봇 공장 확대…노동 구조도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2028년까지 총 5종의 차량을 공동 개발한다.
북미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이번 협업은 양사가 기술과 시장 역량을 나눠 갖는 전략적 제휴로, 겉으론 글로벌 확장을 위한 ‘이상적 파트너십’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국내 생산기지의 역할 축소, 노동시장 재편, 그리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지형 변화라는 복잡한 흐름이 깔려 있다.
“글로벌 협업”의 그림자…현지 생산이 불러올 韓 생산 후폭풍
이번 협업을 통해 양사는 중형 및 소형 픽업, 소형 승용차, SUV, 그리고 전기 상용 밴 등 다양한 차종을 공동 개발한다.

GM은 중형 트럭 플랫폼을, 현대차는 소형차와 전기 밴 플랫폼을 주도하며, 차량은 동일한 기반 구조를 바탕으로 각자 브랜드의 개성을 반영해 생산된다.
연간 80만 대 이상의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는 이 계획은 차량 공동 개발을 넘어, 지역별 특성에 맞춘 생산 및 판매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핵심은 ‘현지 생산’이다. 현대차는 GM의 지역 판매망을 활용해 북미와 중남미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직접 해당 지역에서 차량을 조립하고 공급하는 구조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곧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물량이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설립해 2025년부터 가동 중이며, 이와 연계해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일부 핵심 계열사와 다수의 국내 부품 협력업체들도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장하거나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과거 현대차의 강점 중 하나였던 ‘부품 국산화’는 이제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라는 전략 아래, 북미 중심으로 일부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를 낳는 반면, 국내 부품업계에는 생산 축소와 일자리 감소라는 부담을 남긴다.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부품들이 이제는 미국에서 조달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이 바꾸는 공장 풍경…사라지는 인간의 자리
여기에 자동화 기술의 발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가 인수한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그리고 싱가포르에 설립한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선보인 로봇 기반의 생산 시스템은 향후 글로벌 공장들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공정에서는 로봇이 부품을 운반하고 조립하며, 품질 검수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인력 감축의 차원을 넘어, 제조업 전반에서 인간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대차와 GM의 협업은 분명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행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내 생산기지와 노동환경이 맞닥뜨리는 변화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는 과제다. 더 늦기 전에 적극적인 관심과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