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30%·정년 연장…노조 요구 거세진다
현대차·하이닉스 이어 조선업계도 ‘풀패키지’
기업 부담 커지는 속, 해법 찾기 더 어려워져

한국의 주요 대기업 노조들이 동시에 강력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동차, 반도체, 조선, 항공, 철강 등 핵심 산업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번 요구는 기존과 차원이 다르다.
연봉을 조금 올려달라는 수준이 아니라, 임금 체계 자체를 바꾸자고 나선 것이다.
성과급 30%, 상여금 900%… 현대차 노조의 ‘초대형 요구서’
현대차 노조의 요구만 봐도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나누고, 상여금은 기본급의 750%에서 900%로 끌어올리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기본급이 400만원인 직원이라면 상여금만으로 3,600만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년도 64세로 늘리고, 퇴직한 숙련 직원을 다시 고용할 때도 조합원 자격을 주자고 제안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실적을 낸 이 회사 노조는 8.25%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더 주목할 점은 초과이익 분배 방식을 바꾸자는 요구다. 지금까지는 성과급에 상한선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회사가 더 많이 벌면 직원도 더 많이 가져가자는 논리다.
통상임금의 범위도 넓히려 한다. 통상임금이란 매달 정기적으로 받는 임금으로, 각종 수당 계산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유류비나 차량 유지비까지 여기에 포함시켜 전체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법적 배경이 있다. 지난해 대법원이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 판결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크게 늘어났고, 노조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더 공격적인 요구를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는 예외? 정년 연장부터 휴가비까지 ‘풀패키지’ 요구
모든 업종이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건설업계처럼 경기가 어려운 곳은 기본급 동결이나 소폭 인상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다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조는 기본급을 14만1,300원씩 올리자며 똑같은 요구안을 들고 나왔다.

성과급 외에도 여름휴가비 지급,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까지 요구했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나이가 되면 임금을 점차 줄여가는 제도로, 이를 없애면 고령 직원의 임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지속 가능한지다. 대기업 노조의 성공 사례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마치 도미노처럼 전체 업계의 임금 수준이 함께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는 상황에서 모든 기업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핵심은 균형이다. 성과에는 보상이 따르되,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이어야 한다. 노조의 요구는 강해졌고, 기업의 여력은 줄었다. 이제는 서로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회사가 적자나면 월급반납 하려나 하여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