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공들였는데 “벌써 이렇게 된다?”…SK하이닉스 ‘긴장감’ 도는 이유

공급 과잉 우려에 주가 9% 급락
16년간 쌓아온 기술 리더십 시험대
HBM이 매출·이익 절반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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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 출처: 연합뉴스

“그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고대역폭메모리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주가 폭락의 중심에 선 HBM 공급 과잉 우려

골드만삭스는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이 기가바이트당 11.9달러로 올해(13.1달러) 대비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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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 출처: 연합뉴스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HBM 공급량은 39억 8000만GB로 수요(37억 6000만GB)를 넘어서며, 2027년까지 이런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진입과 마이크론의 생산능력 확대가 맞물려 HBM 시장이 내년부터 공급 과잉 국면에 들어간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관측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납품을 조기 통과하면 최대 35%까지 가격이 빠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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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 출처: 연합뉴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증권사 평균 대비 19% 낮은 36조 5690억 원으로 제시했다.

16년의 혁신, HBM 기술 선도자의 길

SK하이닉스의 현재 시장 지위는 16년간의 끈질긴 연구와 투자로 만들어진 결과로, HBM 시장의 선두주자 자리는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SK하이닉스의 HBM 여정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고성능 메모리 수요와 미래 데이터 처리 패러다임 변화를 예견해 TSV(실리콘 관통전극) 등 획기적 적층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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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 출처: 연합뉴스

2013년 12월에는 세계 최초로 1세대 HBM을 상용화하며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개발 초창기에는 비싼 가격과 복잡한 공정, 발열 등 난제와 제한된 용처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과 미래 성장성에 의지를 둔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19~2021년, 경쟁사들이 수익성 둔화와 공정 난이도로 HBM 연구조직을 축소·재편하는 사이, SK하이닉스는 독자 기술 도입과 생산성 개선, 대용량 적층 등에 역량을 집중했다.

미국 반도체 보조금
SK하이닉스 HBM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선제적 투자와 기술 개발로 2022년 세계 최초로 4세대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수익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고부가가치 사업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HBM은 SK하이닉스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1분기 기준 전체 D램 영업이익 중 54%가 HBM에서 발생했으며, 매출 비중도 40~50%에 달한다.

특히 최첨단 HBM3E 12단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60% 가까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면서 SK하이닉스의 최근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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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 출처: 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HBM 시장의 70%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이처럼 HBM은 단순한 제품군을 넘어 SK하이닉스의 정체성과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다.

골드만삭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JP모간과 맥쿼리 등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SK하이닉스의 독주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가격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아 있어, SK하이닉스의 대응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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