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방위적 감산 신호
국내 업계, 숨통 트일까 기대
실효성 두고는 신중론 여전

“이제야 숨통이 트이려나.” 한 국내 기업 관계자의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담긴 말이다.
최근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급 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주력 산업에서 감산에 나선다는 소식 때문이다.
33개월 연속 디플레이션, 중국도 한계
21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오는 9월 ‘공급 개혁 방안’을 확정·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를 달구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에 이어 이번엔 신산업 분야까지 구조조정 칼날이 향할 전망이다.
해당 방안에는 전기차(EV), 배터리, 태양광 등 공급 과잉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핵심으로, 경쟁력을 잃은 이른바 ‘좀비기업’의 정리와 노후 공장 폐쇄, 지방정부의 과도한 보조금 제한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감산 움직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가 3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업계의 상황은 심각하다. 스틸빌레트 가격은 2021년 5월 톤당 5820위안에서 올해 7월 3210위안으로 4년 만에 45% 급락했다. 이 여파로 32개 업체가 생산을 중단했고, 대형 철강기업인 장쑤 델롱 니켈도 지난 7월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자체 증설을 늘리며 자급자족하다가 공급 과잉의 시작점이 됐다”면서 “감산에 들어가면 중국 외 국가들에게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조심스러운 기대감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조심스러운 기대감이다. 수년간 중국의 저가 공세로 고전해온 만큼 감산 소식을 반기면서도, 실제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감산한다는 말은 여러 차례 있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핵심 변수는 감산 정책의 지속성과 강도”라며 “향후 발표될 구체적인 감산 숫자와 실행 여부를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10월 발표 예정인 ’15차 5개년 계획’에 구체적인 감산 목표가 제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7년경 태양광 분야를 시작으로 2~3년 내 공급 과잉 해소와 산업 재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준비해야 할 때

전문가들은 중국의 구조조정이 단순히 호재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국내 시장 유입이 줄어들면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산 철강이 한국산보다 5~20% 저렴하게 유통되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고전해왔던 상황이 나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강화가 필수다. 구조조정을 거쳐 살아남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업계 간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며 “우리도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감산 정책이 실제로 얼마나 충실히 이행될지는 향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만약 감산 정책이 실제로 이행된다면, 국내 기업들로서는 이번 기회를 활용해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