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억 차익에 22만 명 몰려
수도권 청약률 역대급, 지방은 고요
대출 제한해도 현금부자들만 살아남아

한쪽에서는 청약 경쟁이 치열해 로또에 비유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청약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하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지방 부동산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수도권 아파트 청약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지방 시장은 오히려 더 깊은 침체에 빠져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대출 규제에도 쏟아지는 청약 열기
1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11일 진행된 올림픽파크 포레온 무순위 청약에서 총 4가구 모집에 22만 4693명이 몰려들었다.

특히 59.99㎡A 타입 1가구에는 6만 9106명이 신청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당첨될 경우 최소 10억 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5월 유사 면적이 22억 원대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당첨자는 막대한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6억 원으로 제한되고, 전세대출로 잔금을 충당할 수도 없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청약 열기는 여전하다.
소형 아파트도 약 5억 원의 현금이 있어야 등기가 가능한 상황에서 ‘현금 부자’만 도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서울 송파구 ‘위례리슈빌 퍼스트클래스’ 무순위 청약에도 7만 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자 중 32.5%가 서울에 집중됐다. 세 명 중 한 명은 서울 아파트에 청약한 셈이다.
지방은 청약자 ‘0’에 가까워
이러한 뜨거운 열기와는 대조적으로 지방 청약 시장은 여전히 침체된 상태로,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반등 신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5일 진행된 경북 경산 ‘하양 제일풍경채’는 전용 84㎡ 4가구 무순위 청약에 단 4명만 신청하는 데 그쳐 지방 시장의 심각한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구·경북 지역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으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두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은 7천 가구를 넘어섰다.
상반기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을 살펴보면 이러한 지방 침체 현상은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적 현상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72.92대 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반면, 전남은 0.05대 1에 그쳤다.
광주, 대구, 부산 등 주요 지방 도시들도 1대 1의 경쟁률조차 넘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금부자들만 살아남는 양극화 시장

지방 청약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수도권 핵심지역의 청약 열기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대출 규제의 역설적 효과가 존재한다.
6억 원으로 제한된 대출 한도는 일반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든 반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들에게는 경쟁자가 줄어든 기회가 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는 시세 대비 저렴해 차익 실현 가능성이 높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도 고가 아파트 쏠림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오히려 고가 아파트의 가격 방어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셈이다.

전세보증금이나 전세대출로 잔금을 충당하던 경로가 차단되면서 청약 시장은 자금력 있는 계층 위주로 재편됐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전반적인 청약 열기가 다소 완화할 수 있지만, 서울은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분양 열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