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서 81년 만에 구제역 발생, 한우 농가 비상
가격 하락에 전염병까지 덮쳐 피해 커지는 중
수출 막히고 미국산 수입 압박까지 산업 타격 우려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 막막합니다.”
전남 무안에서 한우 농사를 짓는 박 씨(57)는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사료값 부담에 소값까지 떨어지더니, 갑자기 구제역이 번지면서 밤잠마저 설친다.
그는 “살처분이라도 당하면 농장이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수출길까지 막히고 미국산 수입까지 밀고 들어오면 답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한우 산업에 초비상이 걸렸다. 오랜 기간 구제역 청정지역으로 여겨졌던 전남에서 81년 만에 구제역이 발생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 불안에 휩싸였다.

사료값이 치솟고 한우 가격이 하락해 힘겨워하던 농민들에게 전염병까지 덮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구제역 엿새 만에 10곳 뚫려…농가 불안 확산
지난 13일 전남 영암에서 첫 확진 사례가 나온 후 불과 엿새 만에 영암 9곳, 무안 1곳 등 총 10개 농가에서 감염이 확인되면서 확산 속도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정부는 가축시장 폐쇄와 긴급 백신 접종으로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농가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출길도 막힐 위험이 커지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인정하는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그나마 개별 협상으로 전남산 한우를 들여오던 홍콩이 이번 구제역 사태를 이유로 수입을 중단했다.

캄보디아와 UAE 등 다른 수출처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농가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4년 적자 한우농가, 수입 규제 완화에 ‘생존 위기’ 호소
여기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 요구가 더해져 국내 한우 산업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의 월령 제한을 철폐해 수출 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내년에 예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관세 철폐 문제까지 논의될 수 있다.
이미 4년간 적자에 시달려 온 농민들은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수입 규제를 풀어버리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살처분 0.01%지만 소비·수출 ‘빨간불’ 우려

한편 현재까지 살처분된 한우는 전체 사육 마릿수(약 334만 마리)의 0.01% 수준이라 당장 물량 부족은 예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구제역 확산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국내 시장 수요가 급감할 수 있고, 수출시장마저 막히면 피해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농민들은 “한우는 소비자들이 믿고 찾는 품목인데, 이번 사태로 신뢰가 흔들리지 않을까 가장 두렵다”고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를 구제역 확산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으며, 방역 당국의 대응에 따라 한우 산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확산 여부에 따라 대내외적 신뢰도와 한우 농가의 피해 규모가 갈릴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소고기 시장조사 해봐라
넘 비싸서 서민들 소고기 사먹을 수 있겄냐? 중간 유통 농락에 소고기 외면하는 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