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싸게 살 필요 없네?”…써본 사람들 입소문 타더니 ‘130만개 돌파’, 대체 뭐길래?

애경, 중고가 벗고 다이소로 승부수 던졌다
3천 원짜리 투에딧, 듀프 열풍 타고 130만 개 돌파
Z·α세대 취향 저격하며 뷰티 유통 지형도 흔든다
애경산업 다이소 전략
출처 : 연합뉴스

올해, 국내 뷰티 업계에 흥미로운 균열이 일어났다. 홈쇼핑과 드럭스토어에서 중고가 화장품으로 안정적인 입지를 다져온 애경산업이 ‘다이소’라는 전혀 다른 무대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그리고 이 파격적인 전략은 단기간에 성과로 이어졌다. 애경은 다이소 전용 메이크업 브랜드 ‘투에딧(twoedit)’을 론칭한 지 7개월 만에 누적 판매 130만 개를 돌파했다고 9일 밝혔다.

주력 제품인 ‘트임 아이라이너’는 무려 23만 개 넘게 팔렸다. 가격은 단돈 3천 원. 믿기 어려운 숫자에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몇 번을 문질러도 안 지워진다”, “삼각존에 바르기 딱 좋다”,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면 로드샵 갈 필요가 없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홈쇼핑 장인 애경의 변신, “다이소에서 판을 뒤집다”

애경산업 다이소 전략
출처 : 연합뉴스

애경이 다이소로 향한 이례적인 행보는 그저 브랜드 하나 더 늘렸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뷰티 산업의 판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애경은 그간 AGE20’s, LUNA 등 중고가 브랜드로 홈쇼핑과 드럭스토어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왔다.

일명 ‘견미리 팩트’로 불리는 AGE20’s는 중장년층의 절대 지지를 받았고, LUNA는 베이스 메이크업의 강자로 20~30대 소비자층을 공략해왔다.

그런데 그런 애경이 다이소라는 초저가 유통 채널에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는 건, 단순한 외연 확장을 넘어 소비 트렌드의 근본적인 변화를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애경산업 다이소 전략
출처 : 연합뉴스

그 중심에는 ‘잘파세대’라 불리는 Z세대와 알파세대가 있다. 이들은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보다 가성비와 실용성을 따진다.

SNS에서 입소문이 돈 제품이라면, 가격이 얼마든 망설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유명 제품과 유사한 품질을 가진 저가 대체품인 이른바 ‘듀프(dupe)’ 제품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투에딧 역시 “유명 브랜드 못지않다”는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었다. 실제로 피부과 의사나 뷰티 유튜버들이 다이소 제품을 직접 써보고 극찬하는 영상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3천 원짜리 아이라이너, 뷰티 시장의 룰을 바꾸다

이러한 흐름은 애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VT코스메틱의 ‘리들샷’, 투쿨포스쿨의 ‘태그’ 등 이미 여러 화장품 브랜드들이 다이소 전용 라인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애경산업 다이소 전략
출처 : 연합뉴스

과거 생활용품점의 이미지가 강했던 다이소가 이제는 화장품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한 셈이다. 특히 전국 곳곳에 깔린 오프라인 매장망은 화장품 브랜드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테스트베드이자 대중 노출 채널이 되고 있다.

애경의 실험은 결국 ‘성공적인 반칙’이었다. 기존 공식을 깨고 새 무대에 도전한 이 전략은, 시장 흐름을 읽고 빠르게 대응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걸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소비자는 변했고, 유통 채널도 바뀌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화장품 기업들이 이 변화의 흐름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의 다음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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