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 추정되던 안동 만휴정, 무사 보존
소방관들의 마지막 노력이 문화유산 지켜
배우들이 거닐던 드라마 촬영지, 생존 확인에 환호

화마가 휩쓸고 간 안동, 그 속에서 조선시대 정자 건물이 위기를 모면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알려진 경북 안동 만휴정(晩休亭)이 산불의 위험 속에서도 큰 피해 없이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지막 순간의 지킴이들
국가유산청은 26일 “당초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안동 만휴정 일대를 확인한 결과, 산불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현재 소나무 일부에서는 그을린 흔적이 발견되었으나 그 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어제 안동시, 경북북부돌봄센터, 소방서 등 40여 명이 기둥과 하단 부분에 방염포를 도포했고 인근 만휴정 원림에도 물을 뿌렸다”고 설명했다.
전날 만휴정은 산불에 대응하던 직원들이 거센 화염에 철수하면서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소방대원들과 공무원들이 철수 전 마지막까지 취한 방염포 조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현장을 둘러본 박대진 안동시관광협의회 이사는 “내부도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산불 위험 속에서도 방염포를 덮고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다가 빠져나온 소방대원과 공무원들 덕분에 만휴정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동시관광협회 직원들은 아침에 만휴정을 찾아 소실되지 않은 모습을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만휴정 옆에 꽃을 피운 매화나무도 기적적으로 화마를 피했다.
수백 년의 역사를 품은 문화유산
이번에 화마를 피한 만휴정은 단순한 건물이 아닌 깊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공간이다.

조선시대 문신인 보백당 김계행(1431∼1517)이 말년에 지은 이 정자는 그가 연산군 시대 정사가 어지러워지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안동 풍산으로 돌아와 조성한 은거지다.
만휴정이란 이름은 ‘관직을 그만두고 저녁에 물러나 앉았다(休官晩退坐)’는 구절에서 ‘만(晩)’과 ‘휴(休)’를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이 정자 건물은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다. 2011년에는 정자 주변 계곡과 폭포 등을 아울러 명승 ‘안동 만휴정 원림’으로도 지정됐다. 지정 면적만 42,336㎡에 달한다.
만휴정은 정자도 아담하지만, 바로 앞에 아름다운 폭포와 가마소가 형성되어 있고, 넓은 암반 위를 흐르는 자연계류 등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원림적 요소가 뛰어난 곳이다.

또한 묵계리의 ‘먹메이골, 새파리골, 법박골, 아래골, 분통골, 땅골’이라는 계곡을 흐르는 냇물이 모여 만휴정 앞을 지나 길안천으로 유입된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만휴정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김태리, 이병헌 주연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만휴정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으로, 이번 화마의 위기를 넘긴 것은 우리 문화유산 보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소방관들과 공무원들의 헌신 덕분에 역사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이 소중한 공간이 후대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문화유산이소실이안되고보존할수잇어천만다해미고보존할수잇게수고하신분들게감사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