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고로 배터리 손상 다수
SUV나 세단보다는 화물차가 위험
충격 감지 시 신속한 점검 권장

전기차 배터리 손상 사고를 분석한 결과 차량 단독 사고로 인해 배터리가 파손되는 사례가 무려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비중보다 10배나 더 높은 수치이며 주로 도로의 돌출물이나 낙하물, 방지턱이나 연석 등으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가 파손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혼자서 당한 사고가 무려 91%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기차 배터리 손상 사고 405건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 배터리 손상 사고 중 차량끼리 충돌하여 발생한 사고는 전체의 8.6%에 불과했다.
반대로 나머지 91.4%는 차량 단독 사고로 발생했다. 또한 차량 단독 사고 중에서도 다른 물체와의 접촉이나 충돌이 약 91%를 차지했으며 자연재해나 화재, 도로 이탈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보였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충돌 물체의 종류다. 도로상 돌출물과 낙하물이 42%로 가장 많았고, 과속방지턱이나 연석, 경계석이 24%를 차지했다. 맨홀이나 배수구 덮개와의 충돌도 11%나 됐다.

평소 운전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작은 장애물들이 전기차에게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고 접수 시기인데, 전체 사고의 23.7%가 사고 발생 1주일 이후에 접수됐다. 차대차 충돌사고는 대부분 즉시 배터리 손상이 확인되는 반면 차량 단독 사고의 경우 손상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화물차가 가장 위험하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SUV나 세단보다는 화물차의 위험성이 두드러진다. 전체 전기차 등록 차량 중 화물차 비중은 21.2%에 불과하지만, 배터리 손상 사고에서는 59.5%를 차지했다. 절반이 넘는 압도적인 비율이다.
이는 화물차 배터리가 차량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 화물차인 포터2 일렉트릭과 봉고3 EV는 배터리가 차량 적재함 하단 외부에 장착되어 있어 도로 위 돌출물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승용차에서는 세단의 배터리 손상 사고가 SUV보다 더 높게 집계되었다. 전체 승용 전기차 등록 비중은 SUV가 72%, 세단이 28%인데, 사고 차량 중 세단 비율은 38.9%로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이다.
이는 세단형 차량의 낮은 지상고가 배터리 손상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름철이 가장 위험한 계절

계절별 분석에서는 여름철의 위험성이 부각됐다. 여름철 사고 접수가 30.0%로 가장 높았고, 가을 28.9%, 겨울 22.7%, 봄 18.4% 순이었다.
이처럼 여름철 사고가 많은 이유는 강수량과 습도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터리가 손상된 상태에서 수분이 유입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박원필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여름철에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 고장 접수 사례가 다른 계절보다 많다”며 “주행 중 배터리 부위에 큰 충격을 감지했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차량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