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대란에 삼성·애플 ‘미소’…뒤에서 무슨 일이?

SKT 해킹에 이심 가입자 40배 급증
제조사는 반색…초슬림폰 탄력받는다
이심 확산, 편의성과 한계 공존의 기로
sk텔레콤 유심 이심
출처: 연합뉴스

SK텔레콤의 해킹 사고가 촉발한 혼란 속에서 의외의 수혜자가 등장했다. 유심(USIM) 대란을 틈타 전면에 부상한 건 바로 ‘이심(eSIM)’이다.

소비자들의 불안과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전자식 가입자 식별 모듈인 이심이 기존 물리 유심의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보안 사고가 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이심 전환 40배↑…SKT, 셀프 교체로 대응

해킹 사고가 알려진 4월 22일 이후, SK텔레콤 가입자의 이심 전환 비율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전 대비 하루 평균 4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유심 재고가 빠르게 바닥나면서 교체를 원하는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이심을 택했다.

SK텔레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가입 유형이나 요금제 선택 등 복잡한 절차를 줄인 ‘셀프 교체’ 프로세스를 개선해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결국 이심 확산에 더욱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유심 이심
출처: 연합뉴스

흥미로운 건, 이런 변화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다.

이심은 물리적 유심 슬롯을 제거할 수 있어 스마트폰 설계에 커다란 자유를 제공한다. 더 얇고 가벼운 기기 제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오는 13일, 역대 갤럭시 모델 중 가장 슬림한 ‘갤럭시 S25 엣지’를 공개할 예정이고, 애플 역시 이심 기반의 슬림 모델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배터리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어 사용 시간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의 극적인 변화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기술 한계 딛고 주류로…변곡점 선 이심 시장

sk텔레콤 유심 이심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모든 변화가 환영받는 것만은 아니다. 이심은 기기 내부에 내장돼 있어 스마트폰이 고장 나면 기존 유심처럼 간편하게 회선을 옮기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아이폰의 경우 XS 시리즈 이상, 갤럭시는 S23 이상 등 최신 모델에서만 지원된다. 대중화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제약과 소비자 편의성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심이 한국 시장에서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데는 통신사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한몫했다. 유심은 오랫동안 수익 수단이자 대리점의 영업 기회였기 때문이다.

셀프 개통이 가능한 이심의 확산은 이익 구조 변화로 직결된다. 그래서 그동안은 조용히 뒷방에 밀려 있던 기술이었다.

sk텔레콤 유심 이심
출처: 연합뉴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외부 충격으로 인해 강제로 열린 판이지만, 결과적으로 이심은 주류 기술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소비자 편의성과 제조사의 기술 혁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길목에서, 시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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