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사망사고로 질타받던 기업
대통령 현장방문 이틀 만에
8시간 초과 야근 전면 폐지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풀로 12시간씩 일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의 날선 질책이 떨어진 지 불과 이틀 만에 SPC그룹이 전면적인 생산 구조 개편을 선언했다. 연이은 사망 사고로 사회적 질타를 받아온 이 기업이 마침내 생산직 근로자들의 8시간 초과 야근을 완전히 없애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 질책 이후 ‘긴급 대책회의’ 소집
SPC그룹은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개최하고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긴급히 회의를 소집한 배경에는 지난 25일 이 대통령의 강한 질책이 있었다.
당시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장시간 근무 실태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특히 12시간 맞교대 근무에 대해 “노동 강도가 너무 세서 밤에는 졸릴 것 같다”며 근무 효율성까지 의문을 제기했다.

SPC그룹은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과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과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인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각 계열사는 실행 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1일부터 이 계획을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624억원 투입해도 반복된 사망사고
SPC그룹의 안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2년 10월 SPL 평택 제빵공장 사고를 시작으로 2023년 8월 샤니 성남공장, 그리고 올해 5월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컨베이어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까지 잇달았다.

특히 시화공장 사고는 충격적이었다. 근로자는 크림빵 생산 라인의 컨베이어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SPC그룹이 이미 안전설비 확충과 위험 작업 자동화, 작업환경 개선에 624억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사고는 반복됐다.
실효성 의문 속 ‘진정한 변화’ 기대
SPC그룹은 2025년 현재 2조 2교대 비율을 53.7%로 줄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 71.4%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7년까지 20%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여전히 상당한 근로자가 장시간 근무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8시간 3교대 근무 도입 등 근본적인 근무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개선책이 ‘형식만 바뀐 개선’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SPC그룹 관계자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이 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선과 투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강한 질책 이후 내놓은 이번 대책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지는 10월 시행 이후 현장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초과 근무 안하면 임금이 확 줄어드는데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