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 규모 테슬라 계약
파운드리 사업 부진 탈출 신호탄
미국 텍사스 공장서 차세대 칩 생산

“165억달러 수치는 단지 최소액이다.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높을 것 같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이 한마디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간 분기마다 수조원대 적자에 허덕였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단숨에 세계 최대 수주를 따내며 반전의 서막을 열었기 때문이다.
8년 장기계약으로 미국 현지 생산 본격화
삼성전자는 28일 글로벌 대형기업과 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삼성전자 총 매출액의 7.6%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경영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계약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머스크가 직접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삼성의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계약 당사자가 테슬라임을 스스로 공개했다.
이번 계약은 7월 24일부터 2033년 12월 31일까지 8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인 AI6가 2026년 말 가동 예정인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미터 첨단 공정으로 생산된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돕는 것을 허용하기로 삼성이 동의했다”며 “내가 직접 진전 속도를 가속하기 위해 생산 라인을 둘러볼 것”이라고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테슬라는 현재 AI4 칩을 삼성 평택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고, AI5 칩은 TSMC가 대만과 애리조나에서 담당한다. 차세대 AI6 칩을 삼성이 전담하게 되면서 테슬라의 공급망 이원화 전략이 더욱 구체화됐다.
트럼프 정책에 맞춘 ‘미국 생산’ 선택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 대신 삼성전자를 선택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제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총 370억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테일러 공장이 이런 요구에 부합한다. 공장 진행률은 올 3월 기준 99.6%이며 현재 2나노 공정 설비 반입이 진행 중이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삼성전자가 최근 2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 수율과 품질을 크게 개선한 점이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의 첨단 공정 수율이 상당히 올라오면서 대규모 수주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11개월 만에 7만원 돌파한 삼성전자 주가

계약 발표 후 삼성전자 주가는 급등했다. 28일 오후 3시 15분, 전 거래일 대비 6.30% 오른 7만50원에 거래되며 11개월 만에 7만원대를 회복했다. 거래량도 3144만주로 SK하이닉스의 12배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그간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주범이었던 파운드리 사업이 드디어 활로를 찾았다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2분기 실적에서 반도체 사업 부문이 1조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번 대규모 수주는 반전의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머스크가 조만간 테일러 공장을 직접 방문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