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도 무너졌다”… 위기에 ‘사즉생’ 메시지
위기 극복 의지에 기대감 반영… 주가 5% 반등

“삼성은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던진 이 한마디가 삼성 안팎에 묵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은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이재용의 절박한 메시지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가치 교육’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영상에 직접 출연하진 않았지만, 그가 전한 메시지에는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경고와 함께 “위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라는 철학도 담겼다.
특히 참석자에게 제공된 크리스털 패에는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이 회장이 삼성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다시 정립하려 한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초격차’ 무너진 반도체…삼성 흔들리다

이 회장의 강도 높은 메시지는 삼성을 둘러싼 여러 위기와 맞물려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반도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5조1천억원으로, SK하이닉스(23조4천673억원)에 한참 뒤처졌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하이닉스가 선제 투자로 시장을 장악한 반면, 삼성은 납품 지연 등으로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해 4분기 삼성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8.1%로 전 분기 대비 1%포인트 하락한 반면 TSMC는 67.1%로 상승하며 격차는 5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TSMC가 최근 주요 반도체 기업과 공동 투자에 나서며 시장 지배력을 더 키우는 상황에서,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 적자가 누적되며 초격차 전략에 금이 가고 있다.
위기 극복위한 조직 개편 및 기술 개발 투자

삼성 내부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 개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글로벌리서치에 신설된 경영진단실은 1월부터 시스템LSI 사업부 진단에 착수했다.
기술 개발 투자도 강화되고 있다. 미래로봇추진단은 인력을 보강해 휴머노이드 등 신기술 연구에 착수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기업결합 승인으로 로봇 사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한종희 부회장은 “이 회장이 ‘세상에 없는 기술’을 주문했고, 해당 제품은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에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HBM3E를 1분기 말 공급하고, 2분기부터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차세대 HBM4는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이제는 독해져야 할 때”…삼성 주가도 반응

이 회장의 독한 메시지는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17일 오전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오른 5만7천원 대에 거래되며 상승세를 보였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위기를 진두지휘하며 변화의 의지를 드러내자 시장에서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오는 17일(현지 시각)부터 열리는 엔비디아 GTC 2025 콘퍼런스를 앞두고 AI 테마에 대한 기대감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이 말한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 현재의 삼성의 상황과 극복의지를 보여주며 삼성전자의 앞으로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