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망고 2개에 15만원? 과시인가 여유인가
잇따른 가격 인상에 ‘그림의 떡’ 빙수 논란

“빙수 하나에 15만원이라니 거의 숙박비 아닌가요?”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특급 호텔들이 앞다투어 내놓은 애플망고 빙수가 올해도 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여러 특급 호텔이 올해 망고 빙수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며 빙수 한 그릇에 10만원을 훌쩍 넘기는 ‘호화 빙수’ 경쟁에 불을 붙였다.
‘그 많던 저가 빙수는 어디로?’…15만원 시대 열리다

국내 호텔에서 애플망고빙수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제주신라호텔에서였다. 당시 가격은 2만7000원. 하지만 이후 가격은 매년 급격히 올랐고, 2024년 10만원을 넘겼다.
올해는 더하다. 포시즌스호텔의 14만9000원을 필두로, 롯데호텔서울은 11만원, 서울신라호텔도 11만원을 기록 중이다.
시그니엘 서울은 지난해와 같은 13만원에 ‘시그니처 제주 애플망고빙수’를 유지했지만, 대체로 10만원 초·중반대 가격이 형성된 상황이다.
업계는 가격 인상의 이유로 애플망고를 포함한 원재료 값 상승, 인건비 등을 꼽는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제주산 애플망고(3kg 특등급)는 1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상승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망고의 가격이 오르고 있어 빙수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스몰 럭셔리’냐, ‘인증 소비’냐

호텔 빙수는 해마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SNS에서 인증샷을 남기려는 젊은 세대들, 이른바 MZ세대를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스몰 럭셔리”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큰돈을 들이지 않고 고급스러운 경험을 하려는 수요는 꾸준하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맞아 호텔 라운지에서 애플망고빙수를 즐기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한 누리꾼은 “15만원짜리 호텔 빙수를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시적 소비의 민낯이 보인다. 맛보다는 인증이 목적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설빙에서 1만5000원에 먹을 수 있는 망고 빙수와 같은 맛이 15만원이면 부럽기보단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과열된 ‘빙수 경쟁’, 소비 위축이 변수 될까

한편, 올해는 예년과 달리 고가 빙수의 인기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물가 여파로 외식과 식품 소비가 동시에 줄어드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음식료품 소매 판매 지수와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부터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10만원 넘는 디저트에 대한 접근은 점차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일부 호텔은 이색 디저트를 추가하며 ‘프리미엄 대중화’ 전략에 나섰다. 서울신라호텔은 트러플 아이스크림(6만원)을, 포시즌스호텔은 전통 팥빙수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마루 빙수’(8만9000원)를 선보이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망고빙수는 이제 단순한 여름 디저트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소확행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비합리적 소비’의 상징이 된 가운데 빙수 한 그릇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여름이 깊어질수록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가난한 서민들은 비싸서 먹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