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처음이다”…한국에만 있다는 ‘수천 년 전 기록’, 세계가 ‘감탄’

고래 사냥 새긴 바위그림, 세계유산 눈앞
수천 년 인간과 자연의 기록, 울산에 남다
신석기부터 신라까지, 시간도 예술이 됐다
한국 유네스크 세계 유산
출처: 연합뉴스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네스코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가 ‘등재 권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코모스는 세계 각국의 문화유산 전문가들이 모인 국제기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사전 검토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 권고는 사실상 최종 결정으로 이어지는 전초다.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공식 등재가 결정될 예정이다.

고래 사냥에서 신라 글씨까지…바위에 새긴 인류의 연대기

한국 유네스크 세계 유산
출처: 연합뉴스

울산 울주군의 반구천 일대는 살아있는 역사관이다. 절벽에 새겨진 수백 개의 그림과 글씨는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 시대까지, 수천 년 동안 이 땅을 살아간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았다.

암각화란 바위 표면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긴 선사시대 예술작품을 말한다. 반구천 암각화는 오래된 유물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만났던 결정적 순간들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 중심에는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있다. 바위 면 넓이만 약 8미터에 이르는 이 암각화에는 북방긴수염고래, 혹등고래, 귀신고래 등 다양한 고래들이 등장한다.

놀라운 점은 고래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배를 타고 작살로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까지 세밀하게 그려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선사시대 해양 사냥 활동의 직접적 증거다.

한국 유네스크 세계 유산
출처: 연합뉴스

고래뿐 아니다. 사슴, 호랑이, 멧돼지 등 육상 동물과 인간의 모습까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당시 사람들이 어떤 생태계에서 살았는지, 어떤 기술과 관찰력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단서다.

고래 사냥은 생존을 위한 활동이자 문화였다. 그 전 과정을 바위 위에 담아낸 것이다.

수천 년 이어진 기록의 현장, 세계가 주목한다

또 다른 국보인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이곳의 문화적 깊이를 더한다. 명문이란 바위에 새긴 글씨를 의미한다. 신라 법흥왕 시기의 이 명문에는 화랑의 이름이나 왕의 행차 기록이 남아 있다.

문자 기록이 드문 고대사 연구에서 더없이 중요한 자료다. 선사시대의 상징적 그림과 역사시대의 문자기록이 한 장소에 공존하는 보기 드문 유적이다.

한국 유네스크 세계 유산
출처: 연합뉴스

세계에는 많은 암각화 유적이 있다. 하지만 반구천 암각화는 그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위상을 지닌다. 고래 사냥 장면의 사실성과 다양성이 독보적이다.

선사와 역사 시대를 아우르는 연속된 기록이라는 점도 그렇다. 시베리아나 몽골의 암각화들이 주로 육상 동물이나 종교적 상징을 중심으로 하는 데 비해, 반구천은 해양과 인간, 시간과 문자가 복합적으로 얽힌 문화적 경관을 이룬다.

수천 년 전 선사인들이 바위에 남긴 흔적은 과거의 조각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말을 걸어온다.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연결됐었는지, 사냥이 어떻게 예술이 됐는지를 묻는다.

이제 이 놀라운 문화유산이 세계의 이름으로 불릴 준비를 하고 있다. 7월, 파리에서 펼쳐질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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