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D램 단종 본격화
DDR5·HBM 전면전 돌입
삼성·SK, 실적·M&A 갈림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구형 D램 제품인 DDR4 생산을 종료하기로 하면서, 차세대 고부가가치 메모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오는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중국 창신메모리(CXMT)까지 순차적으로 DDR4 생산을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구형 D램 ‘역사의 뒤안길’…DDR5·HBM 시대로

지난 10일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5년 12월, SK하이닉스는 2026년 4월까지 DDR4 출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DDR4 매출 비중을 올해 한 자릿수로 낮추겠다고 선언했고,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전략을 예고한 바 있다.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확산에 따라 기존 D램의 데이터 처리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DDR5와 HBM 수요가 급증한 것이 배경이다.
특히 HBM은 DDR5로도 감당할 수 없는 데이터 처리량을 수용하기 위해 탄생한 기술로, 메모리 업계의 핵심 제품으로 부상했다.
HBM 주도권 다툼…삼성 vs SK, 승자는 누구?

하지만 HBM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희비가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이 AMD, 브로드컴과의 공급 계약은 성사됐지만, 가장 큰 고객인 엔비디아와는 아직 품질 인증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물량이 재고로 남아 실적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2025년 2분기 영업이익은 4조 6,000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였던 6조 2,000억 원을 크게 밑돌았다.
삼성은 하반기 중 엔비디아로부터 HBM3E 인증을 받고, 6세대 HBM(HBM4)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6세대 10나노급 ‘1c D램’을 기반으로 개발되는 HBM4는, 마이크론·SK하이닉스를 기술적으로 앞서는 제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4 샘플을 이미 고객사에 공급했고, 연말 양산을 계획 중이다. HBM 물량도 상당 부분 선계약된 상태로, 공급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M&A로 분위기 전환 노렸지만… ‘공회전’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M&A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8일 발표된 2분기 실적은 매출 74조 원, 영업이익 4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55.9% 급감했지만, 증권가는 “2분기가 바닥일 것”이라며 3분기부터의 실적 반등을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Xealth)’ 인수 소식을 함께 전했다. 이 외에도 로봇, AI, 메드텍, 전장·오디오 등 다양한 분야의 6개 기업을 2년 사이 인수하며 M&A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반도체 분야에서는 대형 M&A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의 기술력보다 뛰어난 기업 자체가 드물고, 각국 정부가 반도체 핵심 기업에 대한 매각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DR4 단종이라는 시장 전환기 속에서, 삼성전자가 기술과 M&A 양면에서 승부를 걸고 있는 가운데 답은 HBM 양산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