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 전화 받은 거 아니지?”…한 통의 전화에 22만 명 ‘날벼락’

저축은행 직원, 고객정보 22만건 팔아
불법 콜센터, 1억 뜯고 외제차까지
대출 전화 한 통, 사기의 시작일 수 있다
저축은행 고객정보 판매
출처: 연합뉴스

최근 저축은행 고객 22만명의 개인정보가 ‘헐값’에 팔려나가고, 이를 이용해 수억 원대의 불법 대출 중개 수수료가 챙겨진 사건이 드러났다.

대출을 문의한 선량한 시민들의 정보가 범죄 시장의 ‘통화’처럼 유통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할 금융기관이 그 유통의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커피값보다 싸게 넘겨진 개인정보… 22만 명의 일상이 거래됐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모 저축은행의 전직 직원 A씨와 현직 직원 C씨가 공모해 고객 22만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했다.

대출 가능 여부를 조회한 이들의 이름, 연락처, 금융정보 등이 A씨에게 넘어갔고, 그 대가는 건당 300원이었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금액에 수많은 개인 정보가 팔려나간 것이다.

저축은행 고객정보 판매
출처: 연합뉴스

A씨는 이 정보를 사금융 콜센터를 운영하던 또 다른 피의자 B씨에게 건당 700원에 재판매했다. 개인정보는 이중의 이윤을 남긴 채, 불법 금융 사기의 무기로 전락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려던 일반 시민들이 있었다.

“햇살론 도와드립니다”… 허위 중개로 1억 원 뜯어낸 수법

B씨와 그가 운영한 콜센터는 이렇게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58명의 시민에게 접근했다.

대부분은 이미 정부 지원의 서민 대출 상품인 ‘햇살론’ 자격을 갖추고 있었으나, 콜센터 직원들은 ‘중개 수수료’를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며 피해자를 속였다.

실제로는 중개가 필요 없는 대출임에도, 피해자들은 수수료를 내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속아 1억 원 가까운 금액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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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콜센터 현장에서 현금 5천만 원을 압수했으며, 피의자 명의의 외제차 등 약 2천8백만 원 상당의 재산을 동결했다.

현재 A씨, B씨 등 3명은 구속 상태이며, 정보 유출을 도운 C씨와 콜센터 직원 8명 등 9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출 문의’ 한 번에 수백만 원 피해… 제도권 금융의 민낯

이 사건은 금융 사기를 넘어선 문제로, 제도권 금융기관이 불법 사금융 범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대출 조회만 했을 뿐인데’ 개인정보가 유통되고,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수백만 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금융 소비자에게 깊은 불안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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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경찰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 취약계층을 노린 불법 사금융 범죄를 엄단할 방침”이라며, 대출 관련 수수료나 보증금을 현금으로 요구할 경우 즉시 사기를 의심할 것을 당부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제도권의 허점을 보완하고,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안이한 대응은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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