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하나에 줄 서던 열풍…SPC 3조 신화
시화공장서 사망사고, 윤활유서 독성 검출
제조과정 의혹에 소비자 신뢰 금 가기 시작

“그렇게 돈 벌면서 왜 안전관리는 이렇게 허술하냐?”, “하도 잘 나간다 싶더니 결국 터질 게 터졌네.”
SPC삼립, 전국민의 빵을 책임지던 그 공장에서 독성 물질이 나왔다
포켓몬빵, 산리오빵, 크보빵. 귀여운 캐릭터들이 인쇄된 이 빵들은 최근 몇 년간 전국 편의점과 마트를 휩쓸며, SPC삼립을 ‘빵계의 제왕’ 자리에 올려놓았다.
지난 해엔 포켓몬빵 누적 판매량이 2억 5천만 개를 돌파했고, 산리오빵과 크보빵 역시 빠른 속도로 대중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열풍에 힘입어 SPC삼립의 연매출은 3조 원을 훌쩍 넘겼고, 베이커리 시장에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게 됐다.
이렇게 실적이 최고조에 달했던 그 시기,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사고가 찬물을 끼얹었다.
“식품용이 맞나?”…사망 사고 현장서 나온 윤활유, 발암물질 검출
지난 5월, 이 공장에서 근무하던 50대 여성 노동자가 윤활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사고 현장에서 나온 윤활유 용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식품용이라 보기 어려운 외형에, 안에서는 예상치 못한 유해 물질까지 검출됐다.

국과수 감정 결과, 해당 용액에서는 염화메틸렌과 이소프로필알코올, 즉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중 염화메틸렌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급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하는 독성 성분이다.
문제는 이 윤활유가 제빵 공정에 실제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SPC 측은 식품 등급 윤활유만 사용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이 제품에 공업용 윤활유가 섞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문제의 출처는 아직 불명확하다. 유통 과정에서 섞였는지, 작업자의 실수였는지, 아니면 더 깊은 구조적 문제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완제품 크림빵에서는 유해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불신은 이미 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 빵에서 왜 이런 일이…신뢰 흔든 SPC의 그림자

아이들의 간식이자 어른들의 추억이던 빵. 그 제작 과정에 독성 물질이 개입되었을 가능성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신뢰는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이 SPC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던 정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상징적 충격은 더욱 크다.
수익 뒤에 가려진 현장의 안전 문제, 관리 시스템의 허점, 그리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노동자와 소비자. 이 모든 질문들이 지금 SPC삼립이라는 이름 앞에 남아 있다.
지금은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서 무너지고 있던 안전의 균열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회복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변화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