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한마디에”… 초강수 던진 SKT, 진작 이랬더라면

3개월 검토 끝에 전격 결정
위약금 면제로 3년간 7조원 손실 예상
창사 최대 위기 인정한 마지막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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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위약금 면제 / 출처 : 연합뉴스

4월 사이버 침해 사고 발생 이후 석 달 동안 고객들의 거센 요구에도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던 SK텔레콤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위약금 면제를 강력히 요구하자, 국내 1위 통신사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인정하며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

위약금 면제 전격 결정

4일 SK텔레콤이 발표한 위약금 면제 결정은 해킹 사고 후 내놓은 가장 파격적인 대책이다. 지난 4월 18일 사고 발생 이후 해지한 약 60만명의 고객과 오는 14일까지 이탈하는 고객들에게 위약금을 전액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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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위약금 면제 / 출처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계약 해지 과정에서 회사 귀책 사유로 피해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언급한 직후 나온 결정이다. 과기정통부가 민관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회사 측 귀책사유를 인정하자, SK텔레콤은 즉시 이사회를 소집해 면제를 전격 결정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5월 국정감사에서 이탈 고객이 한 달 기준 최대 500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1인당 해약 위약금을 최소 10만원으로 계산해도 위약금과 매출 손실을 합쳐 3년간 7조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전망이었다.

그럼에도 면제를 결정한 것은 고객 신뢰 하락에 따른 장기적 성장 둔화에 대한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올해 매출 전망을 17조8천억원에서 17조원으로 8천억원 하향 조정했다.

늦장 대응의 연속, 신뢰 추락 가속화

SK텔레콤의 초기 대응은 미흡했다. 해킹 사고 직후에는 ‘유심보호 서비스’ 가입을 권고하며 기존 보안 시스템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고객 불안이 계속되자 일주일 후인 4월 25일에야 유심 무상 교체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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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위약금 면제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유심 재고 부족으로 교체가 원활하지 않자, 과기정통부는 5월 1일 SK텔레콤에 유심 부족 현상이 해결될 때까지 전국 2천600여개 T월드 매장에서 신규 가입자 모집과 타 통신사로부터의 번호이동을 전면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후 SK텔레콤은 물리적 유심 교체와 함께 시스템적 유심 재설정 기술, 이심(eSIM) 교체를 병행하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고객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복제폰 우려는 기우, 정부는 안전 강조

한편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4일 “SKT 단말기식별번호가 유출됐다 해도 복제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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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위약금 면제 / 출처 : 연합뉴스

단말기 식별번호(IMEI)가 유출되더라도 제조사가 보유한 인증값을 동시에 탈취하지 않으면 단말기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조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민관 합동 조사단의 최종 조사에서는 해커의 공격이 2021년부터 이뤄졌으며, SK텔레콤이 2022년 자체 조사로 침해 사실을 발견하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서 사태를 키운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는 과거 10여명 수준이던 조사단 규모를 23명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인력 70여명이 투입돼 SK텔레콤 서버 약 4만여대를 전수 점검했다.

위약금 면제는 올해 2~3분기 재무 상황에 반영될 전망이다. 국내 1위 통신사업자의 이번 결정이 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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